'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by 코끼리 작가

김태우는 싸늘한 시신이 된 엄세호의 사체를 땅바닥에 질질 끌면서 집안에 있는 창고로 이동하였다. 그리고는 방안 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를 들고 창고로 왔다.

안주 없이‘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입에다 들이부었다. 맨 정신으로는 더 이상 서 있기가 힘들어서 술기운을 빌려야만 그나마 눈을 뜨고 있을 것 같았다.

김태우는 바지 주머니 속에 있던 담배를 꺼내어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인 후, 지그시 눈을 감았다. 길게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니 니코틴이 몸속 깊은 곳으로 돌았다.

니코틴의 영향인지, 잠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헤비 스모커’는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는 담배를 피워 무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김태우는 자욱한 연기 속에 탁하게 빛나고 있는 죽은 엄세호의 눈동자를 보니, 섬뜩한 기운이 들었다.

문득, 김태우는 자신이 군 복무 중 특박을 나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김태우!’ 장 선임하사의 호출이었다.‘자네, 그간 부대 생활을 잘해주었고, 힘든 훈련도 잘 소화해주어 특별히 자네에게 3박 4일의 특박을 주기로 했네. 준비해서 잘 다녀오게!’

당시, 정부에서 남북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 합의하는데 이르러, 특수임무를 띈 부대원들의 훈련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김태우가 속한 특수부대의 존폐 여부가 거론되는 분위기였다. 그즈음 부대에서 훈련을 강화하지 못할 바에야 사기진작 차원에서 부대원들에 대해 특박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 27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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