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by 코끼리 작가

김태우에겐 3박 4일의 시간이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김태우가 특박을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친한 친구들이 김태우를 찾아왔다. 군대 가기 전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독수리 5형제’ 영우, 철민, 상규, 광석이었다.‘태우! 오랜만이다.’‘네가 군대 가고 나니, 우리 독수리 5형제는 완전히 비 맞은 생쥐 신세가 되었다.’ 친구들은 김태우를 보는 순간, 반갑기도 하지만, 김태우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컸다며,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며, 첫 ‘일성(一聲)’을 건넸다. ‘무슨 말이야? 비 맞은 생쥐라고?’‘모처럼 군바리가 사회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는데,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는 없고, 뭐? 비 맞은 생쥐라니?...’‘일단 그건 그렇고, 우리 오래간만에 술 한잔 하자.’‘독수리 5형제의 우두머리 격인 태우가 모처럼 바깥세상에 나왔으니, 우리가 건하게 모셔야지!’ 친구들은 김태우를 데리고 읍내에 있는 봉양 회관에 들렀다. 초저녁이라 손님이 없었다. 자리에 착석한 영우 등 일행 등은 식탁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맥주를 시켜놓고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김태우를 중심으로 영우, 철민, 상규, 광석이가 돌아가며 태우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김태우는 마다하지 않고 단번에 술잔을 비웠다.‘태우야! 네가 군대 가고 나서, 동네에 이상한 놈들이 설치고 다니며 분위기를 다 흩뜨려 놓았어!’‘이상한 놈들?’ 김태우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그래, 니 없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재….’‘서울 코끼리파 조폭 애들이, 시골 촌동네 뭐 묵을 거 있다고…. 와서는 시장 통이며, 다방이며, 여기저기 휘저으며 동네 장군 노릇을 한기라….’‘깜도 안 되는 똘만이 놈들이 말이야….’ 김태우는 철민이의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우고 듣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이야기해봐!’‘네가 군대 가고 나서 한동안 우리는 선주 없는 배처럼, 조용히 지냈어.’‘간간이 의성읍내 5일장이 설 때면 시장터에 나와서 숯불닭갈비에 막걸리 한사 발하면서 얼굴 보는 게 다였지.’

‘그런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꼭 산적 같은 놈들 2∼3명이 시장 통을 누비고 다니더라고….’‘우리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읍내 및 시장 통 상인들이 그놈들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거라….’

김태우는 철민이가 그냥 가볍게 하는 이야기인 줄 알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가 차츰 내용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턱을 괴고 또렷한 눈빛으로 철민이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 시작했다.‘그래서?’‘그때가 언제인지 정확이 기억은 없는데, 비가 억수로 오는 날이었어.’ 그날도 우리는 시장 통에 앉아서 술 한 잔 하고 있었는데….’‘그런데, 시장 통 입구 신라 다방에서 김양이 울면서 뛰어나오더니 마침 우리를 보고는 하소연을 하는 거라. ‘철민이는 그날의 상황을 제법 생생하게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하소연을?’ 김태우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김양이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나오려는데, 그놈들이 다방에 들이닥쳐, 나가려는 김양을 막무가내로 자리에 앉으라 카더니, 술을 사 오라고 카더라는 기야….’

‘김양은 다방에서 술은 판매하지 않고 가게 문도 닫아야 한다 하니, 느닷없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땅바닥에 내팽겨 치며 행패를 부렸다 아이가!’‘자기들의 지시를 안 따른다고, 말이야.’‘그런데, 나 참! 쪽팔려서….’ 철민이는 이야기를 하다가 넙죽 고개를 숙이며 침을 땅바닥에‘퉤’하고 뱉었다.‘왜? 무슨 일 있었어?’ 김태우는 철민이가 김양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중단하자, 의아한 눈빛으로 얼굴을 올려 보았다.


- 29장 -


- by:코끼리 작가(kkhco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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