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by 코끼리 작가

김태우는 전날 친구들과 마신 술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불을 휘감고 오른쪽, 왼쪽을 반복하며 뒤척이다, 마당에서 살살이가 짖는 소리에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방문을 열었다. ‘속 좀 괜찮나?’ 철민이었다.‘어제 많이 마셨재?’‘응, 오래간만에 너네들을 만나서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그래? 어서 퍼뜩 나오기라! 속풀이 해장해야지?’‘해장에는 해장국이 최고재….’‘역전에 내가 잘 아는 해장국집이 있으니, 그리로 가세.’ 김태우는 전날 과음을 한 자신을 위해, 함께했던 친구 철민이가 해장국을 사준다며 집에 온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거북해서 해장 겸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침 식사되는가?’‘물론이지. 그런데 철민이 오랜만에 식당에 왔네?’ ‘근데, 옆에 친구는 못 보던 친구네?’‘아, 예. 이번에 휴가 나온 친한 군바리 친구예요. 이 친구가 학교 다닐 때 주먹 좀 쓴 보스 같은 친구입니다.’‘이 친구랑 읍내를 돌아다니면 무서운 게 없었는데, 하하 ….’‘아저씨, 여기 소주 한 병도 주세요.’‘야가요! 어제 그렇게 술 먹여놓고 또 무슨 소주를 시켜?’‘나를 술독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야?’ 김태우는 철민이가 해장국에 반주로 소주를 시키자, 못 마땅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야! 해장은 해장술로 푸는 거 몰라? 푸웃...’‘나 참, 너도 대단하다.’‘친구를 위하는 건지... 친구를 죽이려는 건지...’ 김태우와 철민이는 소주를 한잔씩 따르고는 벌컥 하고 들이마셨다.‘아저씨, 요즘 읍내, 그놈들 조용한 가요?’‘뭔, 조용하겠니?’‘저녁에도 그놈들이 식당에 온다고 했다.’‘와요?’‘와긴 와야?’‘당연히 월정금 받으러 오는 거지….’‘아니, 이 식당에까지 온단 말이 예요?. 그 새끼들이 요?...’ 철민이는 서울 코끼리파 깍두기들이 시장 통에서부터 영세 식당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태우야! 니 들었재?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이...’ ’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유분수지, 그래 어디 상납받을 데가 없어서 이런 해장국집까지 와서 손을 벌린다 말이가?’‘내가 마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손을 봐줘야겠어!’ 철민이의 흥분한 목소리가 김태우의 심장까지 전달되었다.

휴화산이 언제 활화산이 되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태우는 철민이와 헤어진 후, 어머니가 있는 시장 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박 4일의 특박이지만, 어머니가 하는 장사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머니가 자주 다니던 단골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미용실에 계신 아주머니는 김태우가 어릴 적부터 본 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흰머리가 많이 는 것 말고는…. 시장 골목 옛 방석집 골목 앞에서 어머니가 좌판을 깔고 채소와 나물을 팔고 계셨다.’ ‘어머니 예, 저 왔어요.’‘오, 태우는구나!’‘친구하고 놀러 다니지, 왜 여기까지 왔니?’ ’그래도 어머니 고생하시는데, 하루는 어머니 일을 도와 드려야죠.’‘예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노?’‘빨리 들어가기라!’‘내일모레 복귀하재?’‘예...’ 어머니는 치마 속 고쟁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 꺼내더니, 김태우에게 건넸다.‘자,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묵고, 필요한 것 있으면 사거라.’‘어머니, 됐어요! 무슨 돈을 요...’ 김태우는 어머니가 준 용돈을 뿌리치고 돌아서려 하자,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김태우의 바지 주머니에 돈을 밀어 넣었다.’ 어머니...‘ 김태우는 학창 시절부터 말썽을 부려 늘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었고,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고 욕해도, 그런 김태우를 이해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분은 어머니뿐이었다.


- 31장 -


- by:코끼리 작가(kkhco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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