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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봉사와 고귀한 희생'

지하철을 타고 가다 겪은 일입니다. 중년의 한 남자가 좌석에 앉아 있다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며 전동차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많은 승객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승객 중에 한 사람도 응급처치를 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급한 나머지 저는 119로 전화를 하였고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현장으로 와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응급전화를 하고 있는 저의 전화소리를 듣거나 쓰러진 남자를 힐긋힐긋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전화한 제가 민망할 정도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키티 제노비스 사건(Murder of kitty Genoves)'이 생각났습니다. 1964년 뉴욕시에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사건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해자의 이름을 따서 ’ 제노비스 신드롬(by stander effect)' 또는 ‘방관자 효과’라고 하고 있습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남을 구한 ‘의인(義人)’도 많습니다. 인천광역시 강화도 동문안길에 가면 故 정옥성 경감(前 인천 강화경찰서 근무)의 흉상이 있습니다. 그는 2013. 3.1. 23:00경 자살을 시도하는 한 남자가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자살 기도자를 구하려다 안타깝게 물살에 휩쓸려 순직하였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의인 것입니다. 그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건립하였고, 수개월 동안 수색을 실시하였으나 현재까지 시신이 수습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안위는 고사하고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많이 계십니다. 그들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숭고한 정신을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연말연시 동사무소 전화 부스에 매년 얼굴 없는 천사가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현금, 동전을 넣은 저금통을 놓고 간다거나, 수십 년간 폐지를 모아서 번 돈을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대학교에 기탁하는 분이라든가, 기타 다양한 방법으로 선행을 베푸는 천사들이 많습니다. 봉사와 희생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기꺼이 주저 않고 도와주는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을 불러 주는 귀한 귀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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