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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절제된 삶의 미학'


요즘 방송을 보면 다양한 음악 방송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승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얼마 전 某 방송국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분들의 다채로운 이력을 청취하였습니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많은 사연을 가지고 무대 위에 서서 한 많은 노래를 대중들에게 뿜어냈습니다. 그들의 아픈 삶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가슴의 먹먹함에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 내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은 아니더라도 살아오면서 짓눌린 삶의 무게감에 타인의 처지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느낀 ‘희로애락’을 같이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젊은 층에서 많이 시청하는 방송국의 'mnet' 프로그램에는 중, 고교생들을 비롯하여 젊은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춤과 노래를 통하여 자웅(雌雄)을 겨루는 것 보았습니다. 저의 자녀도 그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예비심사를 거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아이의 패기에 찬사를 보내 주었습니다. 


교육방송 EBS 어린이 프로그램 교육용으로 만든 캐릭터 2030 직장인들에게 ‘직통령(직장인들의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펭수’가 ‘눈치 챙겨, 다 잘할 수 없다. 잘하는 게 분명 있을 테고 그걸 더 잘하면 된다!’라는 남겼는데 요즘 청소년들의 ‘티모스(소년 다윗이 골리앗 앞에서 보여 주었던 패기를 뜻함)’ 같은 저돌적인 도전정신은 결과를 떠나 좋은 패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솔개는 최고 약 70살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살이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합니다. 솔개는 약 40살이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 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됩니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게 됩니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는 먼저 산 정상 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러운 수행을 시작합니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입니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라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기원전 427∼347)’은 ‘소 프로시네(그리스어로 매사 신중하게 생각함이라는 의미)’로 삶을 살아가면서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다 했습니다. 거기서 파생되는 도전, 패기도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제된 삶의 미학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우화 중에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용은 어떤 농부에게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아주는 거위가 있었습니다. 이 거위는 농부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었습니다. 거위 덕에 게을러지고 욕심이 잔뜩 생긴 농부는 거위의 배에 황금이 가득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위를 죽여 배를 갈라 보았지만, 그 속에는 황금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된 어리석은 농부는 부자가 될 기회를 영영 놓쳐 버린 것입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개코원숭이’를 잡는 방법이 있다 합니다. 나무상자 안에 ‘개코원숭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두고, 상자위에 구멍을 뚫어두면, 냄새를 맡고 찾아온 원숭이는 앞발을 넣어 먹이를 움켜쥔다 합니다. 한번 먹이를 움켜쥐면 절대 놓지 않는 버릇 때문에 ‘개코원숭이’는 끝내 앞발을 빼지 못해 붙잡히고 맙니다. 작은 것(먹이)에 대한 집착이 결국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 것입니다. 지나친 욕심이 화(禍)를 부른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고 욕심을 버리면 안 된다는 교훈이 담긴 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와 같은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입니다. 


현자(賢者)는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래야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현명하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끔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일 것입니다. 젊음의 패기로 도전하면서 세상에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연륜 있는 역전의 용사들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모르면 고개를 숙이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결국 자신을 더 위대한 용사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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