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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궁합'


인간의 삼라만상에 궁합이 있듯이 음식도 궁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설렁탕’을 좋아하는데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심신의 피로를 풀면서 ‘기(氣)’를 보충하는데 ‘설렁탕’ 만한 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 날 며칠을 푹 고은 육수로 정성스럽게 담아낸 ‘설렁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다리에서부터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몸속에서 보양기의 열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데 그 어떤 음식보다 개인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렁탕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설렁탕은 고려 이후 조선조에 거쳐 매년 경칩을 지나 첫 돼지날(亥日)이 되면 동대문 밖 보제원(普濟院) 동쪽 마을(지금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선농단(先農壇)을 쌓아두고 최초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신농씨(神農氏)를 기리고 그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합니다. 이때 제사에 참여한 임금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친히 밭을 갈고 논에 모를 심는 의식을 가졌고, 선농단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소와 돼지를 잡아서 통째로 상에 올려놓았는데 제사가 끝나면 소는 잡아서 국을 끓이고 돼지는 삶아 썰어서 내놓았다 합니다. 이 날만큼은 임금도 백성들과 함께 음식을 들었으며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먹기 위해서 큰 솥에다 국을 끓여서 말아먹었다고 하는데, 소를 잡아서 끓인 국을 ‘선농탕(先農湯)’이라고 하던 것이 변해서 설렁탕이 되었다 합니다. 설렁탕은 ‘설렁설렁 끓인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의태어 ‘설렁’과 한자말 ‘탕(湯)’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한민족의 고유한 민족 음식인 ‘설렁탕’은 소의 내장․대가리․발쭉․뼈다귀 같은 것을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푹 끓인 국입니다. 


음식도 궁합이 있듯이 사람 관계도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결혼시즌이 되면 전국에 있는 유명 철학과에 선남선녀들이 결혼 전 궁합을 보기 위해 많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궁합이 좋고 안 좋고 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렇지요! 궁합이 안 좋다고 사귀던 사람과 헤어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사주팔자․궁합을 들먹이며 궁합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샹각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만, 이혼도 많이 하고 있는 현 세태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격차이로 자주 싸우고 힘들어하다가 참다 참다 끝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일정 부분 사람과의 관계도 궁합의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트러블로 마찰이 생기다 보면 부부간의 애정에 금이 갈 것입니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읽지만, 현자는 공들여 책장을 넘깁니다. 부부관계나 인간관계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밑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잡초도 없으되 잡초도 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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