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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Jul 19. 2020

세월의 계급장

나는 작가다 공모전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노약자 좌석에 앉아 있는 고령의 노인 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도 나이 들면, 노약자 좌석을 자주 이용할 텐데.’,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저 자리 앉아 갈 날이 머지않았구나!..’ 노약자 좌석에 앉아계신 노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나에게 ‘나도 자네처럼 젊을 때가 있었어. 자네라고 별수 있어? 자네도 금방이야!’라고 마치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간혹 고령의 노인들이 짐 꾸러미를 들고 가는 모습,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 길거리에서 한걸음 힘겹게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무심코 지나친 적이 많았습니다. 마치 한 살이라도 덜 먹은 제가 마치 강자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 아주 오만하고 무례한 생각이었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는 저하고 통화를 하는 날에는 꼭 ‘술 먹지 마라, 운동해라, 소식해라...’라는 말을 항상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닌데, 어머니는 항상 건강에 대한 이야기만 하세요?’라며,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 말의 의미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며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어느새 고령이 되었고, 아들도 중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생각에는 항상 ‘건강’만이 최우선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저 자신이 오히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게 살 권리도 중요하지만, 품위 있게 죽을 권리도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는 면허 취득 후 1년 이하 초보 운전자는 새싹 마크를, 75세 이상 운전자는 단풍 마크를 차에 붙여야 합니다. 주변 차들은 이 마크를 붙인 차량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위반 시에는 교통위반 벌점까지도 받습니다.

앞으로 점점 고령의 사회로 접어 들것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이든지, 이제는 가일층 노인들을 공경하고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고령자들을 마주칠 때가 많습니다. 어떨 때는 그들이 힘에 겨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묵시적으로 도와달라고 눈빛으로 시그널을 보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처럼 적극적으로 도와주느냐, 아니면, 도외시하느냐는 각자 마음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늙어 가기에 그들의 일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전쟁에 참여하고 뒤안길로 물러서 있는 훌륭한 역전의 노병 사처럼, 우리는 세월의 계급장을 단 그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1961∼ 프랑스 소설가)’의 소설 <나무> 中, ‘황혼의 반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그만큼 어르신들의 경험과 인생의 노하우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오랜 인생의 경험을 통해, 노인들이 갖는 연륜과 지혜는 많은 역사와 전통의 고서적들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과 비교할 만큼 소중한 보물입니다. 노인의 향기와 노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그분들의 경험을 잘 이어받아 귀히 존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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