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랑이고 사랑은 가족입니다.'
'26.02.12. 새벽이었다.
잠에서 깬 시간, 우연히 켠 TV 화면 속에서 딸아이 또래의 선수가 출발선에 서 있었다.
'26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의 점수를 획득하고 동계 올림픽 한국선수단 1호로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 최가온의 경기를 보았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두번째 점프를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져 2.3차 시기 출전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 장면을 지켜본 코치진, 심지어 부모들까지도 경기 중단을 요청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는듯 했다.
그러나 7살때부터 꿈꾸어온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도전의 마음은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닌, 최가온의 의지를
꺽을수 없었던것 같다.
1.2차 시도 실패 후, 마지막 남은 3차 시도에서 마침내, 최가온 선수의 진가를 발휘하는 멋진 경기력을 선보인 결과,전광판에 선명히 떠오른 ‘1위’라는 숫자. 금메달이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이내 뜨겁게 감정이 차올랐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고, 화면을 몇 번이나 되돌려 보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터뜨리던 어린 선수의 모습. 그리고 관중석 어딘가, 현지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메달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던 새벽 훈련, 친구들과의 약속을 뒤로한 채 이어진 반복 연습, 성적이 오르지 않아 좌절했을 밤들...
그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은 부모였을 것이다.
묵묵히 도시락을 싸고, 경기장을 오가며, “괜찮다”는 말로 등을 토닥였을 부모의 시간. 금메달이 목에 걸리는 순간, 비로소 그 모든 세월이 한 줄기 눈물이 되어 흘렀을 것이다.
그 눈물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함께 버텨낸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을 것이다.
2월14일은, 발렌타인 데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3세기 로마에서 사랑을 지켜주었다는 성인 **Saint Valentin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 황제였던 **Claudius II**는 젊은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했지만, 발렌타인은 몰래 사랑하는 이들의 결혼을 도와주었다고 전해진다. 그 따뜻한 마음을 기리며 시작된 날이 바로 발렌타인 데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마음을 전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지만, 결국 이 날의 본질은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딸이가 작은 손으로 정성껏 준비한 초콜릿을 아빠에게 내밀었다. “아빠, 발렌타인 선물이야.”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건네는 그 모습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화려한 금메달은 아니지만, 아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딸의 작은 손길 안에는 그동안 말없이 받아온 사랑에 대한 답장이 담겨 있었다.
어릴적 아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던 밤들, 함께 자전거를 배우던 오후,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던 기억들. 그 시간들이 초콜릿 한 상자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했다.
새벽에 보았던 금메달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부모가 흘리던 눈물, 그리고 오늘 딸이 건넨 작은 선물 앞에서 울컥해진 마음.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았다.
가족은 그렇게 서로의 시간을 함께 견디고, 함께 기뻐하며, 말없이 사랑을 쌓아가는 존재라는 것...
우리는 거창한 순간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 새벽의 감동, 작은 초콜릿 하나, “고마워”라는 한마디. 그 안에 이미 충분한 사랑이 담겨 있다.
오늘 발렌타인 데이, 나는 깨닫는다.
금메달처럼 눈부신 순간도 소중하지만, 매일 곁에서 건네는 작은 마음들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따뜻하게 빛내는 진짜 보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다 벅찬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때 나는 오늘의 이 마음으로, 조용히 그리고 뜨겁게 울게 될 것이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사랑은 가족이다. 가족은 사랑을 일깨워 준다. 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