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는
말이 적다.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감정은 늘 중간에서 멈춘다.
가깝지 않지만
멀어질 용기도 없다.
아빠는 늘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다가간다.
엄마와 나는
말이 많다.
서로의 하루를 알고
서로의 감정을 건드린다.
하지만 가까운 만큼
지치는 순간도 빠르다.
이해하려다 상처가 쌓이고
사랑한다는 말 뒤에
말하지 못한 마음이 남는다.
아빠와는
거리를 두고 지키는 관계라면
엄마와는
가까워졌다가 물러나는 관계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관계 모두
사랑하지만
가깝지 않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아빠와 나 엄마와 나 모두 가까운 듯 가깝지 않다.
어느 쪽도 완전히 선택하는 건 어렵다.
나는 그저 나의 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