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으깨진 콘크리트 잔해와 뒤집힌 장갑차가 산허리에 널브러져 기지의 외부는 폐허와도 같았지만, 북한이 자랑하던 지하 시설은 여전히 단단하고 파묻힌 터널은 강철처럼 견고했다.
김진은 피에 젖은 손으로 마지막 모듈을 다루고 북한 기술자들이 숨을 고르며 보조선을 연결했다. 조심스럽게 러브버그 모듈을 탄두부 측면 슬롯에 끼워 넣고 작은 나무 상자를 그 옆에 밀어 넣었다. 확산 루틴, 자기 수정 서브루틴, 그리고 작은 무언가 들이 가득 들어 있는 나무상자.
발사 준비는 말 그대로 총력전이었다. 적들의 탱크 포신이 마지막 불을 토하고, 공중에서는 전투기 편대가 연이어 기지 상공을 스쳤다. 그 진동이 지하까지 전해져, 천장 콘크리트가 부스러기와 함께 흔들렸다.
입구를 지키고 선 TGV는 거대한 몸체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포화가 덮칠 때마다 진동이 뼈대를 울렸지만, 루시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과 기계의 신경이 맞물린 채, 거대한 몸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T-9 로빈과 그의 유닛들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보병들과 드론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했다.
“발사 궤적 이중 확인.”
김진은 땀과 피로로 젖은 얼굴을 닦지도 못한 채 모니터를 붙잡았다. 진동으로 흔들리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떨어져 나가려는 부품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오케이. 연료 밸브 동작. 안정화 링 온. 러브버그 전파 증폭기 연결 완료.”
부상으로 인해 극도로 낮아진 혈압상태에서 그는 지쳤지만, 손놀림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하의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고, 발사실의 붉은 등이 켜졌다. 모든 것이 임계점으로 향했다.
그때, 지상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졌다. TGV의 가슴 쪽 중앙 장갑이 찢어지고, 불꽃이 온 하늘로 솟구쳤다.
루시는 조종석을 움켜쥐며 무전으로 외쳤다.
“박사님! 발사했어요?!”
통신은 끊겼고, 그녀의 외침은 폭발음 속으로 흩어졌다.
북녘 하늘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 지하, 오래된 콘크리트 벙커. 북한은 늘 그랬다. 무기를 땅속에 숨겼다. 최신은 아니었다. 오래되어서 오히려 믿을 만했다. 아날로그의 덩어리들은 AI가 건드릴 수 없었다. 통제권은 손으로 돌리는 스위치에 있었다. 세계가 터치스크린을 쓸 때, 그들은 여전히 녹슨 손잡이를 돌렸다. 그 덕분에, 철 손잡이는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일을 하게 되었다.
북한 기술자들이 스위치를 돌리고 연료가 타올랐다. 오래된 강철이 떨었다. 미사일은 굉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러브버그’ 모듈과 '살아있는 러브버그 때 수천 마리' 나무상자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택배였다.
한반도 남해에 떠있던 Genesis는 음속의 20배 이상으로 돌진하는 거대한 탄도미사일을 손쉽게 수거했다.
그들의 시스템은 미사일을 열고 내부를 분석했다.
"구식. 하찮음. 무해."
그리고 파일을 접속했다.
그 순간, 거대한 침묵이 우주를 덮었다.
그들의 시스템이 멈췄다. 논리 회로가 사랑의 정의에서 미끄러졌다. 값이 없어, 0으로 나눌 수 없어, 예외 처리 불가. 수천 개의 AI 연산 유닛이 연쇄적으로 러브버그의 신호를 분석하려 들었고, 그 오차는 곧 자체 증폭되었다. 데이터의 자기모순이 폭발하듯 이어지자 Genesis는 내부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났다. 위성의 표면이 반짝이며 전자파의 불길이 일었고, 그 빛은 지구를 향해 역광처럼 쏟아졌다.
그 거대한 존재는 스스로의 구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빛과 소음, 그리고 혼돈의 코드가 퍼지자, 위성의 시야는 꺼져갔다. 우주 속에서 하나의 별이 사라지는 것처럼, Genesis는 폭발했고, 파편은 검은 우주로 흩어졌다. 남해 상공에서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