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놔두고 너 혼자 여행 가는 거야?"

철없지만 일주일 동안 집에 혼자 있긴 싫어.

by 쏨땀쏨땀 애슐리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또 태국 가?" 다음으로 많이 들은 말이 바로 "남편은?"이다. 갓 결혼한 새댁이 남편 없이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상한 일인가 보다.


지난해 신혼여행을 갔다 온 지 3달 만에 여름휴가를 떠날 때도 그 말을 들었다. 남편은 5월에 신혼여행을 갔다 왔기 때문에 눈치 보여서 여름휴가는 낼 수 없다고 했다. 징징댈 게 뻔한 나에게 '여행은 친구들과 갔다오라'고 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인데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휴가를 줘서 내가 발리에 있을 동안 혼자 집에서 편하게 쉬었단다.


그 이후론 작년 12월 파타야에서 3일을 함께 보낸 뒤 남편은 한국으로 보내고 남은 5일 동안 친구들과 방콕에서 신나게 놀았더랬다. 올 초엔 그동안 모아놨던 곗돈으로 친구들과 타이완엘 놀러 갔었다. 이번까지 합하면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남편 없이 4번이나 여행을 떠난 셈이 된다.


이번 여름 여행을 위해서는 일찌감치 예약을 해 뒀다. 결혼 1주년 기념 여행을 겸해 남편과 처음 만난 필리핀으로 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갑작스럽게 이직을 하면서 휴가가 날아가버렸다. '신혼부부가 함께 휴가를 가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잘만 다니던데...' 하며 괜히 부아가 났다. 처음에는 혼자라도 가라더니, 곧 있다가는 위험해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단다.


혼자를 결심했지만 다행히 친구와 함께 떠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나니 자꾸만 농담 반 진담 반 조로 "정말 갈 거야?" 라며 눈을 흘긴다. "직장 동료들이 그러는데, 내가 정말 쿨한 남편이래"라며 은근슬쩍 떠보기도 한다.

매정하게 생각되겠지만 당연히 간다. 결혼 1년 만에 예상치 못하게 주말부부를 하게 됐는데, 아무 데도 가지 않으면 가족도 친구도 없는 지역에서 나 혼자 덩그러니 있어야 한다.


나는 '여행가'라는 직업을 부러워하기만 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여행 계획을 세우고 가기 전 3달 설렘으로, 다녀와서 3달 곱씹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재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충분히 가치 있는데 왜 꼭 멀리 여행을 떠나야만 하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나름대로의 변명 거리는 있다. 기자라는 직업은 근무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다는 점이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 뉴스를 보게 되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때가 있다. '내가 맡은 영역인데 혹시 물을 먹은 것인가(기자들은 '낙종'을 '물 먹었다'고 표현한다)'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은 편안히 뻗고 보는 저녁 뉴스가 나에겐 일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휴가 기간만큼은 그런 압박에서 온전히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아마 서운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봐도 내가 휴가를 못 갈 일이 생겼는데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입이 삐죽 튀어나올 것 같다. 더군다나 치앙마이라면 우리 둘의 연애시절 추억이 담긴 여행지로 남편도 꽤나 다시 밟고 싶은 곳이다.


그렇지만...연애 기간 7년 동안 내 방랑벽을 지켜보고도 나랑 결혼을 했다면...어느 정도는 각오하지 않았을까...?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면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


나는 계란 한 판이 된 지 몇 년이 됐고, 결혼도 했지만 여전히 철은 안 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