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을 입은 업주들과 서울시 방역지침
채혜원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오세훈 서울시에서 취임 첫주에 내놓은 정책은 서울형 방역지침 제안. 유흥업소 시간연장이 서울시장 취임 첫주 정책이라니. 룸살롱 등 유흥업소 12시까지 열고 50~90퍼센트 확률의 자가점검키트를 도입하겠다고.
아니 유흥업소 종사자들 마스크 못쓰고 지하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방역시각지대에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아니고, 유흥업소 업주들의 매출이 서울시장 취임 후 1주차에 챙긴 정책이라는거 실화인가.
와중에 새로 읽은 책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어 옮겨왔다.
채혜원님의 베를린 다이어리는 매우 즐겨 읽는 칼럼인데, 이번에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 중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의 현재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함께 읽고 싶어 옮겨온다.
"독일은 2002년 별다른 제재 조치 없이 성매매를 합법화했고, 성산업 종사자를 '성노동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성매매 업소는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신매매와 폭력 등의 문제가 끝없이 불거져왔다. 독일 정부는 2017년이 돼서야 '성매매종사자보호법'을 마련한다. 당시 여성부장관이 "지금 독일에서는 성매매 업소를 여는 것보다 감자튀김가게를 여는게 더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성매매 업소에 대한 규제가 기타 상업시설에 부과되는 의무에 비해 전무한 실정이었다." (체혜원,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289)
독일 정부는 합법화 후 15년간 손놓고 있다가 2017년에야 종사자보호법을 만든다. 이 법에 따라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할 수 없고, 안전과 위생 등에 관한 보호 기준을 준수해야한다. 콘돔사용의무, 응급전화설치의무, 광고규제조항이 생겼고, 성노동자는 정기적인 개별상담을 받도록 했다. 그럼 상황은 달라졌을까. 성매매는 줄고 동시에 인권침해 폭력 성폭력 등의 상황에 덜 노출되었을까. 하지만 (20만여명으로 추산됨에도) 2018년 등록한 사람은 76명 뿐이다. 합법화 정책은 종사자를 보호하지도 못했고 규모를 줄이지도 못한 상태라는 얘기.
지금은 어떨까.
"현재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성매매 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독일 의회에서는 이 시기를 이용해 성노동자들이 다른 직업훈련을 받아 안전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유럽 출신 노동자에게 언어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성노동자를 제외한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북유럽 모델을 채택하자는 논의도 진행중이다" (체혜원,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290)
한국에서는 지금 어떤 얘기가 나오고 있냐면,
오세훈이 취임 첫주 서울형 방역을 얘기하며 유흥업소 영업시간을 연장하겠다는 안을 발표하자 다른 지역도 들썩이기 시작했고, 어제는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주점 사장들이 상복을 입은 채 서울시청 앞에 모여 오세훈 시장님에게 시간연장을 해달라고 외쳤다...난 당신들이 '상복'을 입었다는데 주목한다. 그래서 죽은 사람은 누구라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