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성폭력예방교육과 포괄적 성교육의 내용을 비판하며 서울시교육감에게 해당 교육내용이 무고한 남성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국회속기록에 남겨진 김병욱 의원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고한 남성들까지 왜곡된 성문화를 공유하는 것처럼 발언해서 잠재적으로 남성 전체를 성범죄자로 취급하고 남녀간 성대결을 부추기는 것을 서울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모든 남성들이 다 성범죄의 잠재적 가해자입니까? 모든 남성들에게 성착취 카르텔이 잠재되어 있다면 그것도 옳은 말입니까?” 언뜻 들으면 해당 교육에서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격한 질의였다. 하지만 이 교육에서 가해자와 관련해서 언급된 내용은 디지털 성폭력의 범죄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과 디지털 성폭력은 제작에서 소비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성착취 카르텔’이 작동한다는 걸 설명하는 내용뿐이다. 인간 행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루는 범죄 관련 교육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율을 담고 있는 성경과 불경이 인간을 모두 잠재적 살인자나 도둑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성폭력예방교육에서 남성 가해 행위자들이 수적으로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관계를 언급만 해도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는 말이 후렴구처럼 따라붙는다. 점점 증가하는 성범죄, 특히나 최근 들어 급증한 디지털 성폭력 문제는 남성중심적인 왜곡된 성문화와 그러한 성문화를 통해 돈을 버는 성착취 산업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문제의 근본에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남성들이 공유하는 문화와 행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이 등장했다. “모든 남성은 아님”(#NotAllMen)이라는 말은 2011년 즈음에 해시태그로 만들어졌고 이후 여성을 겨냥한 총기난사 사건이나 여성에 대한 집단성폭력 사건에 대한 저항을 조직하는 해시태그가 만들어질 때마다 등장했다. 2017년 인도 벵갈루루 새해 전야제에서 집단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모든 남성은 아님”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식이었다.
이 해시태그는 인터넷 기반 페미니스트 담론장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즉각적인 저항에 부딪혔다. 모든 남성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모든 여성은 그렇다”(#YesAllWomen)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맥락인데, 당연히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든 남성이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니라는 걸 안다. 모든 여성이 잠재적 피해자라는 데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이 드러나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요청하고 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만 강조하는 건 찬물 끼얹기일 뿐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 교육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왜곡된 성문화와 디지털 성폭력 문제였다. 관전자 포함 21만명이 관여되었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으로 지금까지 검거된 이들만 해도 3500명이 넘는다. 엔번방의 정체를 밝혀낸 추적단 불꽃은 지금도 제2의, 제3의 엔번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욱 의원은 특정 성별 집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개인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성 관련 사건을 데이터화해서 어떤 형태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는지를 유형화하자고 했는데, 바로 그 유형화의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증가하는 성범죄자와 남성 범죄자의 비율, 저연령화라는 특징이 도출된 것이다. 이쯤 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호기심과 자기 탐색을 불가능하게 하고 금지와 낙인, 처벌과 보호담론 중심의 성교육을 고수한 결과가 어떤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야”라는 말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문제의 저변에 깔린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할 시간을 방해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이 가장 큰 방해를 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우리에게는 더 나은 정치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