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기담은 철학 Aug 01. 2023

스물네번째 길. 리듬과 가치

봄은 뻗어나가고 여름은 번창하고
가을은 정리하고 겨울은 지킨다*


주기적인 리듬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하루와 1년의 자연스러운 주기는 자연 활동, 생명 활동, 사회 활동 모두에 안정적인 변화로서 삶의 배경이 되어 준다.

생명활동 유지를 위해서 환경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지구의 주기적 변화는 생명체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1년과 하루의 에너지 변화는 대체로 생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 환경과 생명은 아주 특별한 일의 리듬을 만들고 있다.


생명에서 리듬이 중요한 이유는 삶 자체가 안정과 변화를 활용한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리듬은 역동적인 안정을 만들어 간다.

역동적인 변화는 기존의 질서와 안정을 깨뜨리게 된다. 그런 변화의 확장에서는 다시 생명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규칙적인 안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통의 지루한 반복으로 일의 새로운 시도라는 또다른 의미를 잃어갈 것이다.

그래서 규칙적인 안정도 아니고 역동적인 변화도 아닌, 역동적인 안정의 리듬을 타는 놀이가 삶이라는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된다.

 

일의 시도와 결과가 교대하는 리듬은 세계의 모든 일이 따르는 보편적인 리듬이다.

하루나 식사시간 같은 일의 내용상의 리듬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일의 형식상의 리듬은 모든 일에서 되돌아온다.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일에서 보편적인 리듬이 필요한 이유는 생명체에서 리듬이 중요한 이유와 닮아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이면서, 그대로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도해 간다.

일들이 확고한 결과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불확정적인 성격으로 인해 일의 진행을 막을 것이다.

반대로 일들이 결과로 끝난 후 새롭게 시도되지 않는다면, 이것과 저것은 자신의 한계에 갇혀서 일의 진행을 막을 것이다.

 

다양한 시도와 확고한 결과라는 두 측면은 일이 진행하는 방식인 동시에 일이 지향하는 가치다.

일의 가치는 외부에서 주어지거나 별개의 원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의 진행 방식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양함과 확고함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 의존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는 보존되어야 하고, 보존된 결과는 새롭게 쓰여야 한다. 그래야 일들은 새로우면서도 확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

리듬에 따라 한쪽이 강조될 수 있지만 한쪽이 더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확고한 결과와 다양한 시도라는 일의 리듬은 다시 네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어떤 뚜렷한 결과는 자체적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펼침).

시작된 일은 가까운 일들과 만나면서 다양성은 확대되고 새로운 효과들을 발생시킨다(만남).

만나는 시도들의 내용에서 함께 실현하기 어려움이 쌓임에 따라 확장은 끝에 이른다(한계).

다양한 시도들 중 일부는 뚜렷한 결과가 되고 일부는 미완결된 시도로 남는다(결과).

그리고 결과들로부터 다시 다음 일들이 진행된다.




봄 3개월은 다시 뻗어나가는 계절로, 천지가 깨어나고 만물은 번영한다.

여름 3개월은 무성하게 번창하는 계절로, 천지의 기운이 교차하고 만물은 열매를 맺는다.

가을 3개월은 받아들여 정리하는 계절로, 하늘의 기운이 다급해지고 땅의 기운이 명쾌해진다.

겨울 3개월은 거두고 지키는 계절로,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기의 흔들림이 없다.*



* <황제내경 소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 편에서 발췌 번역.




작가의 이전글 스물세번째 길.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