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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기담은 철학 Sep 04. 2023

스물여섯번째 길. 내용 끼워넣기

생각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탄력적이고 감염되기도 쉬워.
심지어 아주 작은 생각의 씨앗이라도 자랄 수 있어.
그것은 자라서 당신을 정의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지.
-영화 <인셉션> 중에서-



영화 <인셉션>은 어떤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의 생각을 조종하여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줄거리로 진행된다. 그러나 꿈 속의 꿈, 다시 그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면서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등장인물들도 관객들도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배역)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작은 팽이를 돌려서 계속 돌면 꿈이고 결국 쓰러지면 현실이다. '팽이가 도는가 쓰러져 멈추는가'처럼 간단한 구분이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작고 희미한 신호를 감지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기계가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거나 할 수 있다. 숫자 하나가 틀려서 거액의 손해를 입을 수도 있고, 0.1mm의 크기 차이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암호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결정적인 차이일 수 있다.


일의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꿈이나 이야기일지라도 내용이 구분된다는 것은 일의 진행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에서 작은 내용의 구분과 그 구분이 어떤 의미(이것과 연결된 이야기의 구분)를 담고 있는지를 해석하는 것은 다시 일의 진행에 영향을 준다.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 이렇게 쌓여 있는 일과 이야기의 겹침이 있다. <인셉션>은 무의식적으로 겹쳐진 이야기에 의도적으로 어떤 내용을 끼워넣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고자 하는 이야기다.


<인셉션>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만든 재미있는 SF 영화이지만, 꿈을 겹쳐진 이야기로 해석하면 너무나 현실적이고 섬뜩한 영화로 다가온다.

겹쳐진 이야기들 우리가 그동안 살펴보았던 일의 진행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상의 일이다. 그래서 생명체를 '일을 흘려보내지 않고 이야기로 엮어서 활용하는 일의 모임'으로 정의했다.

게다가 누군가가 만든 언어들 또는 무의식적인 이미지들로 내 삶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채워져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끼워넣기가 시도되고 있다.  


겹쳐진 이야기들은 삶의 든든한 안내자일 수도 있고 교묘한 사기꾼 또는 파괴자일 수도 있다.

일의 모임에서 명확한 경계는 없다. 쇄국정책으로 지킬 수 있는 순수한 영역은 존재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피할 수 없고 작동을 멈출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스스로 재검토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넛지'라는 용어는 어떤 선택지를 금지한다든가 선택지에 딸린 경제적 보상을 크게 바꾼다든가 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끄는 선택 설계의 특정한 측면이다.**

두 가지 오해 가운데 첫 번째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외부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떤 기관이나 대행자는 몇몇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필연적으로 하게 된다. 수많은 상황에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든 넛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넛지들이 사람들이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결국 선택 설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대문사진) 유튜브 인셉션 공식 예고편 중에서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이경식 옮김, <넛지: 파이널 에디션> 35쪽, 리더스북, 2022.

***같은 책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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