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세상의 혼돈을 우리가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각과 경험으로 변환한다. 그것은 자극을 정보로 바꾼다.*
간단한 일 'A와 B가 만나 C가 된다'가 있다고 해보자. 물론 여기에서 A, B, C라는 내용으로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구체적인 일에서는 어떤 소립자 하나에 대해서도 모든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표현상에서 간단한 내용일 뿐이다. 또 C로 표현한 결과는 다시 A, B로 돌아가는 내용일 수도 있고, 조금 변형된 A', B'일 수도 있고, A+B일 수도 있고, 등등 다양하게 바뀐 결과일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 해보자.
이 일에서 C라는 확실한 결과는 다시 다음 일의 시도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일에서 이야기가 남는다는 것은 'A와 B가 만나 C가 된다'와 같은 가상의 정보가 남는 것이다. A와 B는 이미 지나갔고, C도 곧 지나갈 것이다. 이야기도 일종의 일이기 때문에 다음 일을 시도하는데, 일의 결과 C만큼 확실한 자리와 내용을 갖고 다음 일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이것은 이야기의 무력함인 동시에 이야기의 자유다.
생명체가 복잡한 이야기를 일관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복합적인 물질들의 상호작용들)이 일어나면서 그 일들에 대한 정보들이 바로 쓰이지 않고 쌓여가기 때문이다.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일의 기본 골격은 '개체 A는 환경 B에서 A1가 되어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A가 B를 만나면 C가 될 수 있는데, 생명체는 A1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대로 A가 아니라 A1인 이유는 C가 되어야 하는 일에서 그렇게 되지 않고 A와 비슷하게 남으려면 B에 맞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체 A는 여러 가지 환경B1~10에서 A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A 안에 A1~10처럼 다양한 반응상태를 미리준비해 놓아야 한다. 모아온 이야기는 일의 예상, 목표, 준비, 반응촉발 등의 과정에 가상의 일로 쓰이게 된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무력하고 쓸모가 별로 없을 수 있지만, 맥락 속에서 연결되고 겹쳐진 이야기는 원하는 일을 유도할 수 있다.
이때 다양한 환경 B1~10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B11~에 대한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B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단세포생물도 영양분을 찾거나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반응을 하기 때문에, 모든 환경 B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고 활용하는 것이다. 동물은 보다 적극적으로 A보다 B에 관심을 둔다. 'B를 A에 맞게 바꿀 수 있다면...'
환경을 지금 당장 생명체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들이라고 한다면, 환경을 바꾸는 일은 무작위적으로 이동하는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좋은 환경에 머무르는 일이 된다. 그러나 동물이 관심을 두는 환경은 지금 나와 맞닿은 환경이 아니라, 맞닿을 수도 있는 저기에 있는 환경 또는 조금 전에 마주쳤다 떨어진 환경이다. 동물은 거시적인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자신 안에 담으려 한다. 그래서경험한 일들에서 나온 가상의 이야기을 넘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저곳의 이야기를 꾸며낸다.
빛은 전자기 방사일 뿐이다. 소리는 압력의 파동일 뿐이다. 냄새는 소분자일 뿐이다. 우리가 그것들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거나 그 신호로부터 일출의 장관, 누군가의 음성, 또는 빵 굽는 냄새를 이끌어내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가 그것들 중 하나라도 탐지할 수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감각은 세상의 혼돈을 우리가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각과 경험으로 변환한다. 그것은 생물학으로 하여금 물리학을 길들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자극을 정보로 바꾼다. 그것은 무작위성에서 관련성을 끄집어내고, 잡다함에서 의미를 엮어낸다. 그것은 동물을 주변 환경과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