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2019년 6월 3일
거칠어진 숨을 부여잡고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겉을 보고 속을 판단하지 마라
나는 ryt200 요가 자격증을 수료한 요가강사이다. 당연히 해외든 어디든 오면 요가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요가를 이전만큼 열심히 하진 못했지만, 요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회사 생활하면서 저녁 요가 수업을 병행했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수업은 고사하고 운동도 할 시간이 없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치앙마이에서 매일매일 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요가원을 등록하기로 했다.
내가 본 요가원의 외관은 치앙마이의 느낌과는 먼 일반 보습학원 같은 문짝에 좀 답답해 보였다. 학원 오기 전, 구글 검색해서 봤을 때 지도자 과정도 교육하는 곳으로 약간 기대를 많이 하고 방문한 곳이었다. 아마 내가 생각한 요가원은 나무가 많고 새소리가 들리며 오픈된 그런 장소를 기대했던 것 같다.
인도 출신의 남선생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했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시작할 때쯤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태국 사람보다는 외국인들이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처음 시작 15분 동안은 스트레칭 위주로 웜업이 시작되었다
“어? 수업 강도 안 힘드네.. 그냥 무료 요가원을 갈걸”이라는 생각과 함께 애플 워치로 칼로리 소모가 얼마나 됐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중이 전혀 안되고 있었고, 오만하게 나라면 이렇게 수업했을 텐데라고 하는 생각도 잠시..
본격적인 플로우들이 시작되자. 나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아사나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내 호흡을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꼴에 요가 강사라고 안 되는 동작들도 무리해서 따라갔다. 내 몸, 정신 모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와서 내 자세를 교정해주는데 그때마다 “ 아 이렇게 자세를 잡아야 했지 “ 아차 싶었다.
내 자만함과 오만함이 부른 결과는 당황스러운 나의 표정과 땀들 그리고 거친 호흡이 증명해주었다.
잊고 있던 모든 감정들이 내 머리를 스치듯이 떠올랐다.
요가에 집중하는 순간, 오롯이 매트 그리고 그 위에서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을 사랑했었다.
그리고 매트 위에서 요가하는 모습을 인생 같다고 생각했다. 매트 위에서 각자의 플로우와 능력치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못 견딜 것 같이 힘든 시간을 지나서 시원한 바람이 내 땀을 식히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온다. 모두가 쉬어야 하는 타임, 고생한 자신을 위한 마지막 쉼.
수업 마무리에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를 할 때, 선생님이 불을 다 꺼주시고 모든 생각을 비우고 쉬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그때 보통은 다들 자는데, 나는 늘 마치 매트라는 직사각형의 관에 들어간 것처럼 많은 생각으로 쉽사리 쉬지 못했다. 힘들어서 못 버틸 것 같은 1시간 30분의 수업도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내 삶도 이렇게 빨리 지나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별별 생각을 다했다. 마지막은 언제나 현실에 충실히 살면서 행복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수업을 마무리했었다.
오늘 내가 들은 이 수업은 내가 잊고 있던 모든 감정들을 소환했다. 그중에서 스스로에게 든 가장 큰 생각은 창피함이 아닐까?
빛바랜 요가 자격증을 가지고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나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한 것일까?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아주 의미 깊은 땀을 쏟은 날로 개운한 하루가 시작될 것 같아서 좋았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