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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내 방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혼여행자의 밤이란

by 아루나

2019년 6월 5일

여행 4일 차


알람 소리와 함께 부스스 일어났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집을 떠나서 혼자 방을 쓴다는 건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낮과는 달리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어두운 밤이 오면 혼자 여행하는 게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치앙마이를 도착하고 대부분 새벽 2시를 넘어서 잠든 것 같다.


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침대에서 꿀 같은 잠을 잘 것 같긴 한데 쉽지 않다. 푹 잠이 들었던 건 첫째 날뿐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늘 11시-12시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태국 시간으로는 9시-10시이다. 그런 내가 태국 시간으로 2시 넘어서자는 거니깐 3일 내내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자는 것이다. 불면증이 없는 나로서는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 느낌이었다.


실은 처음 내가 묶었던 방에 욕실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방을 옮긴 후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아늑했던 기존 방과는 달리 좀 공간이 있는 쾌적한 느낌의 방으로 업그레이드해주셨다.



그 이후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소음이 있었다. 1시간마다 발생하는 비행기 이륙 소음, 내 방 뒤편에서 나는 "딱 딱" 일정한 소음... 그리고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있다 보니 나의 상상력을 날이 갈수록 발전했는데, 내 침대 옆에는 캐비닛이 있는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자기 전에 괜스레 구멍으로 누가 날 보면 어쩌지? 하는 느낌과 함께 무서움을 감추기 위해 스탠드 불을 켜고 잠이 들었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니깐 수동식 스탠드 불은 꺼져있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내가 자다 껐나? 하는 생각으로 무서움을 감췄다. 나는 이틀 더 지내야 하니깐...


어젯밤도 괜스레 잠이 오지 않았다. 통화를 하는 도중에 발코니 쪽이 불이 환해졌다. 내 방 반대쪽 건물에서 불을 비추나 하는 생각에 커튼을 걷고 보니 내방 발코니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킨 적이 없는데 말이다.

약간 공포감이 들었지만, 술을 마셔야 잠이 올 것 같았다. 꼬냑 한잔을 마시고 스탠드 불을 어김없이 키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끈 적 없는 스탠드 불은 역시나 소등되어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굳이 알고 싶지도, 묻고 싶지 않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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