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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세탁물

검은 티셔츠

by 아루나

2019년 6월 5일

혼자 여행 4일 차


여행 4일 차가 되니깐 제법 세탁물이 쌓였다. 다행히도 새로 옮긴 숙소에는 코인 세탁기가 있었다.

저녁에 세탁할 거리를 잔뜩 모아 뒀는데 한 10벌 정도 빨랫감이 나왔다. 그래! 오늘 저녁 나의 일은 세탁이다.



세제를 사러 갈려고 보니 비가 몹시 오는 저녁 밤이었다.

내가 머무는 숙소가 한적해서 약간 무서웠는데 비까지 내리니 나에게 스산한 골목 거리는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연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면서 경계태세로 세븐일레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숙소에서 약 5분 정도 거리라 아마도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낮에는 조용하고 운치 있던 이 거리가 저녁이 되니 이리 무서울 수가..


여하튼 세제 하나 사는데, 설명이 모두 태국말이라 한참 진땀을 빼고 그림 보고 대충 사 왔다.


세탁물을 모아서 1층에 내려갔는데 돈을 적게 들고 내려와서 다시 4층에 갔다. 다시 내려오니깐 지폐는 받지 않아서 또 숙소에 다녀오고 왔다 갔다를 3번 정도 했다. 3번째 왕복을 했을 때는 깊은 빡침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나의 꼼꼼하지 않음이 초래한 결과니 덤덤히 받아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빨래를 시작 후 한 시간 후에 세탁물을 수거하러 내려갔다. 주섬주섬 내 옷들을 챙기는데 그 사이에서 다른 사람 옷이 있었다.. 약간 소름이 끼쳤다. 남자 사이즈에 검정 티셔츠.. 분명히 내가 빨래하기 위해서 세탁기를 봤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누군가가 내가 빨래 시작하는 걸 보고 내가 간 후에 함께 넣은 건데..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불쾌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는 걸 발견하고 서둘러 계단으로 올라갔다. 왠지 엘리베이터 안에 내 세탁기에 몰래 본인의 옷을 넣은 사람이 내가 수거하기 전에 완전 범죄를 꿈꾸며 본인 옷을 가지러 올까 싶어서..

20밧 밖에 안 하는 (약 700원) 세탁을 돈을 아끼고자 몰래 넣은 것일까? 무슨 의도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검은 티셔츠만 라운지 의자에 두고 도망 왔다.


여행은 즐거운 일이 맞지만, 예상 불가능한 사건들로 당황하는 순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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