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녀
2019년 9월 5일
하늘소인지 풍뎅이인지 모르는 곤충들이 우리 매장 2층 테라스에 엄청 많이 날아든다.
아침이 되면 잔뜩 배를 보이고 죽어있는 곤충들을 빗자루로 쓰느라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생이 많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오전에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멍하니 테라스 바닥을 바라보았다.
풍뎅이가 뒤집어져서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팔다리를 막 휘져으면서 일어날려는데 평소에 곤충을 무서워하는 터라 바라보기만 했다.
1분 후 움직임이 없었다. 죽었나?
2분 후 다시 힘을 비축했다가 열심히 일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네이버를 찾아보니 보통 하늘소나 풍뎅이과 곤충들은 뒤집어지면 계속 일어날려고 애쓰다가 힘이 빠져서 죽는다고 한다. 자연이라면 풀잎, 나무 줄기들을 지탱해서 일어날텐데 시멘트 바닥에서 무엇이 있겠나.. 계속 냅두면 죽을 것 같았다.
"저기.. 저 풍뎅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올게요"
"네??? 찬미 씨...."
"잠시만요.."
손으로 풍뎅이를 만질 수가 없어서 a4용지 한 장으로 몸을 뒤집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몸을 뒤집자마자 열심히 기어가는데 다시 벽이다..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5-8cm가량이 되는 난간을 오르지 못하길래..
다시 난간으로 올려주었다.
난간 너머는 2층 아래 바로 1층인데...
난간에서 다시 풍뎅이는 배를 보이며 뒤집어졌다..
그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계다.
다시 회의하러 돌아갔다.
10분 뒤에 다시 봤는데 풍뎅이가 없었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잘살기를 바랄 뿐이다.
근데 너의 가족들과 다시 이 척박한 테라스로 날아오지만 말아!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디서 이 풍뎅이들은 높은 2층 테라스로 날아오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날 수 있는 풍뎅이들은 왜 뒤집어지면 일어날 수가 없을까?
어떻게든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풍뎅이를 보고 나 같아서 안쓰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벌레도 무서워하면서 살려주겠다고 테라스로 나갔다.
다들 내가 순수하다고 말했지만, 순수한 게 아니라 그냥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너도 참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