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견
사랑하는 코코야
날이 점점 추워져서 영하권인데
너는 추위에 약해서 따뜻한 곳만 찾아서 숨었는데
지금은 더 따뜻한 곳에 잘 숨어있는 거지?
그리운 마음에 편지를 써 보려고 해.
너의 이름은 코코샤넬에서 따온 코코야.
명품을 따온 너의 이름처럼 얼굴도 잘생기고 기백도 남달랐지.
네가 조그마한 강아지였을 때도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기죽지 않고 달려들었어.
근데 미니핀은 똑똑하다던데 살면서 지금까지 오줌을 가릴 생각 없이 마음대로 싸버렸어.
혼내려고 하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어서 혼내비 못한 날들이 더 많을 거야. 그 후론 실수를 해도 오히려 당당하고 화내는 너였는데
어느 순간 예전에 부러진 다리에 후유증이 심해져서 신경 손상으로 앞다리까지 쓰지 못했어. 당당하고 기백 있는 모습보이 울부짖음으로 바뀌었을 때 내가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이 모든 게 갑자기 닥친 것 같았는데 말 못 하는 네가 혼자 얼마나 고통을 견뎠을까.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잘 버텨줘서 고마워.
휠체어를 타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나에게 달려오려는 너를 보며, 아파서도 건강해서도 항상 내가 제일 우선인 나의 아들.
네가 새끼 강아지였을 때 문이 열린 틈을 타서 밖으로 무작정 뛰어가서 내가 잡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멀리 뛰어갔네.
네가 가고 싶은데 달리고 싶은데 다 가도록 해.
근데 그게 항상 내 옆이면 좋겠다.
보고싶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