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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an 11. 2021

공무원의 외유성 국외연수

전편에 인센티브 투어에 대해서 설명드렸는데 이번엔 공무원의 해외연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공무원연수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분들이 이 글을 보면 못마땅해 하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여행밥 먹으면서 제일 황당했던 이야기였으니 꼭 하고 넘어가렵니다.  


2019년 1월 어처구니 없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http://naver.me/xM27tlyT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아, 예천군의회가 피같은 세금으로 미동캐 상품으로 연수를 가서는(사실은 놀러가놓고는) 대형 사고를 쳤군.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댓글에 국민세금으로 놀러 나갔으면 가만히 있다 오지 국제 망신 왜시키냐. 국민세금 쓰는 외유성 출장 금지시켜라며 욕이 어마어마했었습니다. 몇명이 나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시, 군 의회에서 간거면 아마 15명정도 갔을거고 5~6천정도 썼겠네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0684872

그리고 항공권 위조...  이것도 아예 없는일 아닐겁니다. 이티켓 금액바꿔서 더 많은 돈이 여행사에 입금됐을텐데 그 차액은 어디로 갔을까요?? 의회는 시킨적 없다. 여행사는 의회가 시켰다. 진실은 저멀리에...


이 사람 아마 미국에서 고소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후 처리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꽤 많은 시의회, 군의회, 정부부처 사람들이 문화탐방, 산업시찰이라는 타이틀로 세금을 써서 국외여행을 나가고 있고 이 팀들이 인센티브 여행사의 가장 큰 수입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여행 역시 인센티브 투어의 카테고리에 들어갑니다. 물론 여행비는 '세금' 입니다.


공무원 인센티브 투어는 앞 이야기에서 말씀드렸던 인센티브투어 2번 형태인 시찰 + 관광의 형태를 많이 띄고 있는데요, 많은 공무원분들 공익적 목적으로 출장을 다니거나 상대국가의 초청으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다니는 분들 많습니다. 부서 특성상 출장이 많은 부서들도 있고요.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러 갑니다.


이런 출장과 달리 여행사 손을 거치게 되는 공무원의 해외연수는 대부분 국외연수, 문화탐방, 또는 산업시찰 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외유성 국외연수들입니다.

  

먼저 어느 기관, 몇명이, 어디로 떠나겠다 계획하면 예산이 정해집니다. 그 내용이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가 올라옵니다. 예산은 인원에 따라 다른데 보통 몇천~몇억대까지 다양합니다.

 

http://www.g2b.go.kr/index.jsp



이 나라장터에 상주하면서 입찰 공고만 진행하는 공무원 인센티브 전문 여행사들이 전국에 많습니다. 물론 포상인센티브 하는 여행사들도 공무원 입찰건을 같이 합니다.


일단 세금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서 진행을 해야 되고, 여기에 응찰을 할 수 있는 여행사들은 일정 자격을 충족해야 됩니다. 당연히 국외여행업/일반여행업 등록자여야하고 설립한지 몇 년, 기존 나라장터 입찰 기록, 계약 기록 등등도 다 제출합니다.

 

이렇게 입찰이 진행되면 여행사들은 랜드사에게 지상비를 요청하고 항공료를 체크합니다. 그렇게 견적을 만들어서 응찰을 하고 몇몇 업체들이 추려지면  여행사들은 피티자료를 준비해서 공무원들 앞에서 공개경쟁  피티를 합니다. 그래서 공무원 인센티브 여행사의 주 업무는 피피티 자료만들기입니다. (랜드사에 떠넘기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중 한 업체가 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랜드사에 상품예약을 하고 발권을 하는 등 이후는 일반 여행과 절차가 같습니다.


여행사에서 처리하는 공무원 연수는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진짜 말 그대로 선진문화 탐방을 해서 우리나라에 그걸 도입을 하려고 가서 견학하는 경우. 아니면 놀러가는건데 놀러간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


실제 도로에 사용되고 있는 라운드어밧 시스템 같은 것들은 외국 현장에서 보고, 사고율이 떨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현지 관계자들과 체크하고 나서 우리나라에 도입한 사례입니다. 이런게 공무원 국외연수 취지에 맞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외에도 농작물 재배의 기후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다른 기후권에서 실험을 하는 경우나 유럽의 청렴의회 시스템 같은 것들을 답사하거나 외국의 사회 복지 시스템이나 선진 학교 시스템 같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빠른 사업들에 대해서는 견학할 가치가 있죠.


문제는 외유성 국외연수입니다.  


이런 연수(라고 부르기도 당황스러운)는 랜드에 예약이 들어올 때 부터 외유성이라고 얘기하고 예약이 들어옵니다. (방문지 수배에 힘빼지 말란거죠) 다만 여기에서 다른 여행과 다른 점은 이제 일정표 바꾸기를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외유성 공무원 연수는 놀러간 티가 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기관 성격에 맞게 일정 중간중간에 문화탐방, 산업시찰, 견학 등이 꼭 들어가야 됩니다.


만약 군청 건축과 같은데서 미동캐 상품을 가면 관광지 첼시마켓을 '폐허였던 구시가지 개발 성공의 현장 시찰' 이라고 일정표에 적어줍니다.(말 만들기 나름) 농수산 관련된 부서나 기관이 북유럽 상품을 가면 관광 일정 사이에 항구나 수산시장을 잠깐 들르고 '선진 수산시스템 산업시찰'이라고 일정에 써넣습니다. 교육부에서 미동캐 문화탐방을 나갔다 하면 '뉴욕대학교 방문' 이라고 쓰고 교문에서 현수막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시드니 문화탐방을 갔다 하면 '선진사회 복지기관 견학'이라고 해놓고 데이케어센터 간판앞에 가서 현수막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의회들은... 그냥 문화탐방 같아보이게 합니다. 상해가서 패키지 투어팀도 다가는 임시정부를 가고는 '역사문화탐방'이라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외유성 연수에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을 합니다. 왜 내 세금으로 니들이 놀러가냐!!! 그래서 이제 눈치가 보이니까 이런 외유성 연수 가지마라(라고 하고 더 치밀하게 일정표를 조작하고 관계자 미팅 증거를 제시해라) 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더 쓰게됩니다. 왜냐구요? 외국에서 관공서 담당자랑 미팅하려면 방문비를 줘야하고 통역비가 별도로 발생하거든요. 놀러는 갔지만 관계자 미팅은 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말입니다. 현지는 일이 더 늘죠.


외국에선 한국 공무원들이 온다고 하면 싫어라합니다. 자기들은 자기네 문화 배우러 온다고 성심성의껏 준비 다 했는데 놀러온 사람들이 심드렁 하게 앉아있고 관심도 없고... 몇년 전에 한국계 분이 시장으로 있던 에서 그 시장님이 뚜껑이 열려서 한국공무원 단체 방문을 절대 받지 말라고 난리난 일 있었습니다. 외국시청에 공식방문으로 왔다는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났다는... 이런 얘길 들으면 공무원이 세금써서 나라 망신을 외국에 나가서 시키고 있으니 한숨이 나옵니다.


이런일이 많았는지 어느 나라든간에 한국 공무원이라고 하면 방문예약을 잘 안받아줍니다... 성사시키려면 오랜기간 동안  그 기관에 방문하려 하는지 진짜 자세히 설명해야하고 사전 질의응답지 굉장히 열심히 써서 제출하면 받아줄까 말까 하는데 꽤 많은 공무원들이 영어 못한다고 이걸 거의 다 여행사랑 랜드사더러 하라고 합니다. 자기들이 배우러 간다면서 이걸 왜 우리더러 쓰래...


이러다 보니 일부 나라 기관들은 한국 공무원 방문한다 하면 방문비 버는 알바로 생각하는 곳들도 있어요. 몇백달러 받고 같이 사진 찍어주면 되니까. -_-


그리고 공무원들은 대한항공 안타면 뭔일이 납니다. 이걸 나라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것 자체가 진짜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마 대한항공이 민영화 되기 전 기준을 안없애고 자기들도 저가항공 타기 싫고 KE마일리지 모으고 싶으니깐 아무말 안했겠죠. 지금은 욕을 하도 먹어서 LCC 도 타고 하는 것 같은데 불과 3~4년전만해도 공무원 출장은 대한항공이 있는 구간은 무조건 대한항공이었습니다. 사실 대한항공이 비싸거든요. 만일 베트남 가는데 7C 40만원 뜰때 KE 70만원 나옵니다. 그럼 세금써서 가는 거니 싼거 타야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공무원은 대한항공이 국룰이라며 싼 제주항공 놔두고 대한항공 탑니다. 세금 생각하면 비엣젯 타야될 것 같은데...


그리고 마일리지 쓴다고 마일업 좌석 끊는 사람들... 자기 마일리지 쓰는데 뭐가 문제냐고 그러는데 ㅋㅋㅋ 마일리지로 장거리 구간 비즈니스 업할만큼 모을라면 엄청 돌아댕겼을거고 그럼 뭐가 문제인지 진짜 모를 리 없을텐데요. 마일업 클래스는 일반 클래스보다 비쌉니다. 만약 인천-뉴욕 구간이 110만원에 발권이 가능한 상황인데 마일업 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사람꺼만 150만원에 발권해야 됩니다. 마일업클래스로 발권해야 되니까요. 세금 40만원 더 쓰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요?

 



공무원 인센티브 팀 예약들어올 때 보면 참... 할 말이 없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누가봐도 놀러가는데 왜 이걸 본인들 돈 한푼 안쓰고 세금으로 나가는지도 이해가 안가고 이 많은 사람들이 나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 특히 의회는 해마다 진짜 많이 나갑니다. 게다가 의회는 출장보고서도 안쓰는거같던데...


퇴직공무원 위로 연수(왜 이걸 세금으로 위로를 하는지), 어디 기관 문화탐방(일정표 보면 다 여행 일정표고 사이사이에 견학인 척 말만 바꾼것들 천지)은 왜 이렇게 자주들 나가는건지. 도대체 국외연수의 대상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외유성 국외연수들이 아무 제재없이 승인이 나서 세금을 쓰는지도 모르겠고요. 눈가리고 아웅하려고 일정표를 고치고, 교묘하게 방문지를 억지로 끼워넣고 하는 걸 모두가 왜 묵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시체계가 작동도 안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요.


아마 올해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저런 외유성 국외연수는 못 나갔으니 작년대비 비용 줄어든걸 체크해보면 어마어마할겁니다. 생각난김에 이거 알아보고 싶은데 어디다 물어보면 될지를 모르겠네요. 기획예산처?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꽤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사를 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르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는...


그리고 공무원들은 출장을 다녀오면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본인의 출장 내용을 등록하게 되어있습니다.

시간 나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 들어가서 코로나 이전 국외연수를 한번 뒤져보시면 내 세금이 얼마나 펑펑 쓰였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올라와있는 보고서들을 보면 진짜 필요해서 나간 출장이랑 놀러나간 연수는 확연하게 티가 납니다.


https://btis.mpm.go.kr/rpt/selectRptList.do?

그런데 이걸 등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패널티도 없는 것 같고, 내용이 부실해도 패널티가 없고, 누가봐도 놀다왔는데 검토하는 사람도 없고 오타도 있고... 지금 올라온 보고서들 보면 다 작년 재작년에 다녀온걸 이제 올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이렇게 해외에 많이 나갔다고! 해서 들어가보니 다 몇년전 것들이더라고요.


감시체계도 만들어놓지 않고 부실한 내용의 보고서 올리고 나면 몇천만원~몇억원을 쓰고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이 돈은 못쓴놈이 바보인겁니다.


14억을 쓴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보고서엔 4명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원랜 146명이 다녀왔나보네요. 일반회사에서 돈 쓰고 이렇게 수치 틀린 보고서 올라오면 관계자 징계먹습니다.

때문에 문제를 인식한 언론사들에서 가끔 이런 기사들이 올라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4&aid=0004513548


국립대 연구년 체류비는 억대인데 이것에 대한 결과보고는 저 한문단입니다. 이건 여행사랑은 관련 없지만 자료 찾아보다 발견했네요.


앞에는 일반 포상형 인센티브 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이 포상형은 어차피 기업이 일 잘한 사람들한테 선물로 준 여행이고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런데 이 공무원 연수는 비용지불 주체가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그래서 두 팀이 예약이 들어오면 기분이 굉장히 다릅니다. 기업 인센상품은 만들어주고나면 뿌듯한데 누가봐도 외유성 공무원 연수팀인 경우는 상품 핸들링 하면서 스물스물 기분이 나쁜건 제가 세금을 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그렇겠죠? 그리고 글 서두에 첨부한 기사, 예천군의회에서 접대부 부르라고 행패부리고 가이드 패고 그런거, 과연 저들만 그랬을까요?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깁니다.


P.S 열심히 일때문에 출장다니는 공무원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뭐 그런 사람들은 이 글 봐도 별생각 없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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