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부치는 편지
아내의 일기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남극과 가깝다고 해서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추위를 기대했는데 딱히...... 우리나라 한겨울이 더 추운 것 같다.
호스텔은 듣던대로 깔끔했다 ㅎㅎ 근데 여긴 가격이 참 비싸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 도심이랑 매우! 멀고 극지방과 가까운 섬? 이라고 봐야해서 그런지도. 우리나라도 제주도가 물가가 비싸잖아?
내일부터 이 사람들은 연휴래서 우체국 찾아서 엽서를 보내고 (엽서 장당 10페소...다른덴 6페소도 있음. 난 왜 맨날 비싼데서 사는걸까ㅠ 우표는 장당 30페소)
관광 안내소에 가서 우수아이아 여권 도장 5종류 다 찍고 마을 꼭대기까지 구경갔다가 집에 와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주방에서 만난 탱고쌤이라는 노신사 분이랑 탱고도 춰보고 ㅋㅋ 부에노스에서 탱고 강습 받을 땐 탱고 스텝이 마냥 어려웠는데 이분 뭐지? 내가 춤 못춘다고 했는데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길래 뭔소리야? 그랬는데 정말 나는 첫 자세만 취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탱고를 추고 있었다. 하물며 멋지게 턴까지 했어. 이사람 진짜 탱고 고수다.
주방에 있던 숙박객들 다 박수치고 난리가 났다. 아 부끄러워. 근데 신랑이 나타나는 순간 이 탱고 고수 노신사는 언제 나랑 탱고를 췄냐는 듯이 쓱 사라져버렸다. 내가 이렇게 멋지게 탱고추는 모습 봤으면 신랑은 정말 놀랐을텐데! 못보여줘서 너무 아쉽다.
그런데 호스텔 야간담당 남자 알바생은 우리가 너무 싫은가보다. 부에노 호스텔에서 만났던 한국 사람들과 맥주 한 잔 하고있는데 떠들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욕을 한다....다른 외국인들한텐 아무말도 안하면서... 아직 9시도 안된거같은데. 저사람은 동양인이 싫은가보다.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을 직접 당하고 나니 기분이 나쁘다 ㅠ
이 호스텔 침대는 2층이 꽤 높은데 난간이 없다. 굴러 떨어져서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도록 벽에 붙어서 조심히 자야겠다.
남편의 일기
아쉬움과 즐거움이 있던 부에노스지만 우수아이아와 깔라파테도 멋진 모습으로 내게 와줄 것을 기대하며.. 이제 비행기를 타야지. 공항에서 하몽의 존재를 처음 안 와이프의 샌드위치 해프닝을 겨우 이겨내고(와이프는 도대체 이딴 음식을 왜 파냐고 난리. 덜 익은 고기를 그냥 줬다고 난리. 아니 하몽이 원래 그런거야. 그러니깐 다른거 먹으라니깐 말 안듣더니...ㅠ) 우수아이아로 출발.
웰컴 투 우수아이아!
3시간 반의 비행이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느낌??
비행기를 내리니 확 느껴지는 쌀쌀함. 그래도 여행단톡방에서 호들갑 떨었던것 처럼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와이프의 소원대로 우수아이아에 도착했고 숙소까지 괜찮으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호스텔이 2박+1박 무료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곳에 하루 더 머물고 싶다는 말에 그러자고 했지만 항공권 패널티가 만만찮아서 그냥 예정대로 떠나기로 했다.
어쨌든 우수아이아의 미션인 우체국에 가서 엽서부터 보내는걸로.. 생각보다 우표값도 비싸고 엽서도 비싸서 많이는 못 보내겠다 싶었다. 고르고 골라 7장을 보내고 나니 속이 후련..
엽서를 보내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우수아이아. 파타고니아 스탬프를 여권에 날인하고 조용한 이 동네를 한바퀴돌아보기로. 작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둘러보는데는 많은 시간이 들진 않았다. 다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모습은 더 예쁘더라는?
6시경 이른 저녁으로 고기 만찬을 한뒤 바닷가쪽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와인 덕에 약간 알딸딸했지만 그래도 술기운이 있어서인지 덜 추웠다. 산책 중에 우연히 들른 말비나스 기념관에서 이게 뭘까하는 호기심에 안내판을 읽어보니 대충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이었더라는...
숙소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새로운 한국인 청년이 들어왔고 또 반가운 인사와 대략적인 여행 정보 교환. 그리고 우수아이아 정보를 알려주고 마트 위치까지 알려주니 고맙다고 한다.
이곳은 참 고즈넉한 것 같다.
박팀장의 남미여행 꿀팁
1.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남미 대륙의 최남단이자 해피투게더에서 장국영이 가고싶어 했던 그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너무 어릴 때 영화를 봐서 가물가물 하지만,,,, 이곳은 남극으로 가는 배들이 출항하는 항구가 있는 곳입니다. 펭귄을 보고싶거나 세상의 끝 등대를 보고 싶으시면 데이투어로 훌쩍 다녀오세요. 저희가 방문했을 땐 겨울로 진입하는 시기라서 그랬는지 날씨가 계속 우중충하고 눈이 올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작은 마을이라 너무 고요하고, 물가는 또 왜그리 비싼지..
남극과 가까워서 엄청 추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얼어죽을 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영상 1도 정도였어요.
2. 외국인들의 동양인 포비아
여행을 다니다 보면 동양인 혐오증을 갖고있는 외국인들을 간혹 만나게 됩니다. 특히 서양인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근래는 코로나 때문에 더욱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저희 여행 기간 동안에는 우수아이아에서 한 번, 부에노스에서 한 번 마주쳤어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퍼킹 코리안이라니. 이런 사람들은 이유없이 동양인들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으니 마주쳤다면 일단 피하는 것이 좋고, 여의치 않은 경우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3. 세상의 끝 우체국
우수아이아에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그 안에 작은 세상의 끝 우체국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국립공원을 방문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우수아이아 시내에 있는 우체국에서 엽서를 발송했답니다.
엽서는 시내 곳곳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하면 되고(상점마다 엽서가격이 다 다릅니다) 우표를 사서 우체통에 넣으면 돼요. 근데 7통 중 저희 부모님께 보낸 엽서는 도착하지 않았다는...ㅠㅠ 도착하지 못한 엽서는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을까요??
4. 포클랜드 분쟁
저희가 방문한 말비나스 전쟁기념관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를 놓고 일으킨 전쟁에 대한 기록관입니다. 포클랜드 제도는 남미 대륙과 남극 사이에 있는 곳으로 자원적, 지리적 요충지인 곳이에요. (말비나스는 포클랜드 섬의 스페인어 이름입니다.) 이 전쟁은 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섬을 본인의 영토로 회복하겠다며 일으킨 전쟁으로 이는 2개월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이 섬은 2백년 가까이 두 나라 사이에서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곳입니다. 이곳은 영국과 스페인이 최초 발견을 놓고 계속 싸우던 곳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가 해방이 되면서 이 섬이 본인들의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영국은 자신들이 이 섬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했죠.
당시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아르헨티나는 전쟁을 통해서 국민 통합을 꾀하려 했으나 패전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갈티에리의 군사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게 됩니다. 반대로 승리한 영국은 '철의 여인' 대처 수상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며 재집권에 성공합니다.
전쟁은 영국군 255명, 아르헨티나군 650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어떤 이유라 해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5. 여권 훼손하지 마세요
여권에 관광지 스탬프를 찍는 것이 여권 훼손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때는 몰랐습니다.
남미 여행중에 마추픽추랑 우수아이아가 이렇게 여권에 스탬프를 찍으라면서 인포데스크에 도장을 비치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경유할 때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도장이 갖고싶다면 여행책이나 다른 종이에 찍고 여권에 끼워두세요.
저처럼 이렇게 여권 사증란에다가 스탬프를 찍으면 절대 안됩니다.
국제법상 여권에 낙서하거나 출입국이나 비자 도장이 아닌 다른 도장을 찍거나 하면 여권 훼손행위로 간주하여 여권의 효력이 정지돼요.
훼손된 여권은 재발행을 해야하는데 국내에서도 재발행에 시간이 많이 드는데 하물며 외국에서 영사서비스센터를 찾아가서 여권 재발행하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이미그레이션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경우 다음상황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저희가 여행하던 시점에는 이 도장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후 실제 입국거부 사례가 발생하였으니 여행객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