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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an 17. 2021

(후기)브런치 글의 저작권 + 100번째 글

지난 글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달라는 분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후기 남깁니다.


제 글을 다 복사해두신 블로그 글에 댓글로 비공개로 돌려달라 요청하고 이틀을 기다렸는데 아무 답변이 없으셨습니다. 블로그를 자주 하시는 분이 아니신 것 같기도 했고.


처음에는 제 글을 좋아하셔서 이렇게까지 하셨나 싶어서 글이 제 동의 없이 복제된 것에 대해 불쾌한 마음 반, 그래도 감사한 마음 반이었습니다. 도대체 브런치 글을 어떻게 긁어갔지에 대해서는 카카오측에 해명을 요청해놨는데 아직 답변을 못받았습니다만 분명 그냥 본문 복사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모든 글을 타이핑 했거나, 아니면 어떤 어둠의 경로로 그냥 글을 긁어서 올려뒀거나. 후자를 막지 못한것은 브런치 측의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후자의 방법을 아는 분이라면 저작권 문제를 모를 리 없었을 겁니다.


저는 해당글이 게시된 지 약 5일 뒤에 발견을 한 것이었고요. 아마 제가 검색해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전 글을 쓰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단순히 그냥 내 글이 좋아서 소장하고 싶으셨을까.

그렇다면 그냥 공유하기로 링크를 소장하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사실 저도 제 블로그에 좋거나 필요한 글들은 공유링크로 열어두곤 합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려고요.


그랬는데 원글이 삭제되거나 하는 경우에 글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아쉬웠던 경우가 있었기에 이분이 혹시 그런 경우를 대비해 본문을 남겨두고 싶었나 해서 그 마음을 이해해 보고자 했습니다.


댓글을 남겨두고 시간이 이틀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굳이 저작권을 따지겠다는 것 보다는 내가 열심히 쓴 글을 그냥 복제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단순히 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의 마음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정말 이렇게 그냥 다른 사람의 글을 동의없이 가져가서 본인의 공간에 게시하는 것에 대해서 상대방의 선의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판단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저는 저 분과 그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계속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본인들의 플랫폼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 게시중단 요청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상황은 네이버에서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게시중단 요청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면 무슨 위임장을 작성하니 어쩌니 하면서 파일을 받으라고 나와요.

저도 첫단계에서는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 돌아섰지만 두번째는 그래. 하면서 파일을 일단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사안으로는 위임장까지 보낼 일은 없더라고요. 다음, 다음 누르니 그냥 넘어가졌습니다.


내용에 그냥 저는 개인이고, 제 브런치 주소는 여기인데 이분이 블로그에 제 글 전문을 복사해 두셨습니다. 라고 적었습니다. 세 줄도 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분이 갖고 계신 제 글에 대한 성의가 본인의 블로그에 제가 남겨둔 댓글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리는 문제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브런치 작가분들은 글을 써보셔서 알겠지만 글 한편 올리는데 서너시간 이상의 작성시간이 들고, 즉흥적으로 술술 나오는 글들도 있지만 작가의 서랍에 담아두고 몇 번씩 내용을 추가하면서 갖고 있기도 하고 한 편 작성하는데 여러날이 걸리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쉽게 써지는 글보다는 여러번 고치고 다시쓰고 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발행하는 글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 되는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오픈해두고도 여러번 다시 들여다보면서 이 문맥이 좀 이상한가? 하면 고치고 다시 발행... 비단 저만 이런거 아니죠?


그렇게 만들어 낸 소중한 한 편의 글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깟 글 하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작가들에게는 그 글 한편이 그깟 글 하나가 아닙니다.


네이버에는 게시중단 요청을 하면 하루가 걸린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주말이었기에 다음주에나 답이 오겠거니 했는데 바로 되더라고요.


게시 중단이 승인이 난 것입니다.


포털의 판단은 이 분의 블로그 글이 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검색 결과화면에서도 사라졌습니다.


이전글을 작성할 때 저작권법을 찾아봤는데 '개인 소장용으로는 복제가 가능하다' 라는 내용이 있었기에 저는 이분이 개인소장용의 용도가 더 컸다고 생각했었는데 포털측의 판단은 네이버 블로그에 공개글로 타인의 글을 복제한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비공개로 갖는 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지만 공개글로 두면 링크가 아닌 전문에 대해서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제가 이 문제로 골치아파 하니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어떤 선의든 간에 무단전제와 재배포가 이루어진 것은 맞지 않냐. 포털에 게시중단을 요청해라.'

소심한 저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떡해? 그리고 혹시 나이가 많아서 이런 글 퍼가기에 대한 의식이 없는 분일수도 있잖아. 진짜로 전부 본인이 타이핑 한 것이면 어떡해?' 라고 했더니 '어차피 그 사람 아니라도 니 글 좋아해주는 사람 많고, 설마 진짜 타이핑 한 것이라면 그 노력은 가상한데 어차피 링크만 퍼갈 수 있는 글이었다. 연세가 아무리 많으시더라도 타인의 저작권에 대한 생각은 이 기회에 정립하시는 것이 맞다.' 라더군요. 오히려 다른 저작권 문제로 벌금 문제까지 벌어지기 전에 너랑 이정도의 상황이 벌어진게 더 다행 아니겠냐면서.


오히려 제 머릿속이 명쾌해지더라고요.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 조차 내 글에 대해서 소유권과 저작권을 너무 희미하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그렇게 명확하게 갖고 있으면서 왜 나는 내 글에 대해서 저작권의 의미를 이렇게 대충 생각하고 있었나. 그런데 내 글을 내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과연 유난인가,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든 간에 일단 내 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화가 먼저 나고 바로 액션을 취했어야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애써서 쓰는 나의 글에 대해서 나 조차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브런치 작가가 대단한 돈을 벌어주는 정식 직업이 아니고, 여기에 쓰고 있는 제 글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간혹 1만뷰, 10만뷰가 터지면 우와!!! 하죠.


가끔 남편이 '넌 작가잖아' 라고 해주면 그렇게 고맙고 사람들이 '작가님'이라고 칭해주면 얼마나 기쁘면서 괜히 볼이 빨개지는지 모릅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여행업이 어려워서 제 의지와 관계없이 일을 쉬고 있는 지금 '작가님'이라고 불리면 '아, 지금 나는 레귤러한 급여가 나오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내 직업은 작가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 힘든 시기에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에 승무원들이 자살하고 수많은 여행업계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생을 놓아버릴 기로에 서 있는 문제는 제 앞에 닥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조금 더 내 '작가님'을 지켜내보고 싶다고.


전 글에 댓글 남겨주신 @손주부 님 감사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화가 나는 것이 맞았습니다. 전 아직도 남의 시선이 걱정되고 누가 나를 나쁘게 볼 까 두려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인가 봅니다. 조금 더 제 글에 당당해 보겠습니다.


p.s 브런치의 100번째 글입니다.

브런치에서 100번째 글을 쓰게 되면 거창히 세레모니를 해야지 하면서 주절주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아뒀는데 결국 낯간지러워서 일반 글 추신으로 대신합니다.

더 열심히 써서 1,000번째 글도 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로도 한 뼘 더 크고 싶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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