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Jun 11. 2020

빙하 위를 걷는 이 짜릿한 기분!_모레노 빙하

아르헨티나 모레노 빙하 미니 아이스 투어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빌런인지. 


아내의 일기 

오늘은 모레노 빙하 미니 아이스 투어 가는 날! 7시에 호스텔 앞으로 픽업차량이 왔다.


우리가 첫 방문지였는지 여기저기 여러 숙소 사람들 픽업해서 국립공원으로 출발. 기절해 있다 보니 선착장 도착. 배 타고 가다보니 우왕...빙하가 ㄷㄷ 실감이 안났다.


배에서 내려서 영어팀 에스빠뇰팀으로 나눠서 이동한다. 빙하 생성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아이젠 채워주는데로 이동.


이때까진 몰랐다. 아무리 얼음이라지만 아이젠을 차도 이렇게 미끄러울지. 빙하는 그냥 땡땡얼어있는 매끈한 얼음바닥인것이다. 난 아마 빅아이스 했으면 실려 내려왔을 듯 ㅠ 아이젠이 생각보다 많이 미끄러지고, 무서웡...ㅠ


썬글라스를 안끼면 앞도 안보인다. 사방팔방 너무 하얗다.  깨끗하다고 해서 차가운 빙하물도 떠마셔보고.

이것은 빙하인가 스티로폼인가


근데 역시 난...블랙홀이었던 것인가. 모든 가이드들이 나 케어하느라 정신없다. ㅠㅠ


빙하투어 막바지에 위스키를 주는 데가 있는데 거기까지 가다가 자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위스키 금지라고한다. 나한테 하는 경고일거야... 울면서 기를쓰고 내려감....나만 안자빠지면 모두가 좋은걸로 ㅠ

어제 다친 발가락이 자꾸 쓸려서 너무 아프고 미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빙하 섞은 위스키 마시고 점심 도시락먹고 (한국인 남매에게 김치 얻음!!!!그라시아스!!!) 전망대로 이동. 뷰는 전망대가 더 좋은 것 같다. 오늘은 빙하도 많이 깨져서 좋은 구경하고 ㅋㅋ  

춥고 바람 엄청 많이 불고.. 그래도 미션 컴플릿!!


돌아와서 기절해 있다가 호스텔에서 알게된 분이 불쌍한 배낭여행 부부에게 밥사준다 하셔서 염치도 없이 식당에서 아사도랑 와인을 얻어먹었다 ㅋㅋㅋㅋㅋ


아르헨티나 아사도의 위엄


남편의 일기


아침 7시 투어차량 픽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6시에 서둘러 기상. 호스텔로 픽업 온 차량을 타고 사람들에게 buen dias 를 20번쯤 한 뒤 1시간 정도 눈을 붙이니 차는 선착장에 도착하였고 입장료를 지불. 이 배를 타고 빙하 트래킹을 하러 이동하나보다.


배에 오르자 방송으로 갑판위에서 구경해도 된다는 안내가 나왔고 갑판 위에서 보이는 빙하와 사진을 찍으며 20여분을 달려갔다. 바람도 거세고 춥긴 엄청 추웠다 ㅠㅠ


트래킹을 위한 산장입구에 도착하고 나니 관광객들은 영어 가이드 팀과 스페인어 가이드 팀으로 나뉘었고, 그렇게 산장으로 이동하여 짐을 보관하고 다시 트래킹 초입으로 이동. 여기에서 빙하의 생성 과정과 역사, 변하는 모습들, 트래킹하는 동안의 안전 수칙을 전해듣고 나서 아이젠을 장착하러 이동했다.


아이젠 장착하는곳 앞에는 아르헨국기가 펄럭이며 있었는데 왠지 여기서 사진 찍으면 등반대장 처럼 나올까 싶어 포즈를 취했더니 그 모습이 괜찮아 보였나보다. 모두들 한번씩 사진을 찍겠다며 모여들었다. 아이젠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불편했다. 그래도 나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와이프는 착용하자마자 걱정이 되고 여길 왜왔지 후회가 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신발끈이 느슨한거 같다며 투덜대더라니..


한국에서부터 이건 버킷리스트라며 남편 무릎 때문에 빅아이스는 못해도 미니는 해야한다고.. 기상 때문에 트래킹이 취소되면 비행기를 미루고라도 하고 갈거라더니만.... 하여튼 엄살쟁이 ㅎㅎ


어쨌든 이젠 돌아갈수 없으니 트래킹을 시작했고. 뒤뚱대며 위태한 와이프를 봐주면서 올라오다 보니 정체가 시작.. 역시 와이프는 트러블 메이커 답다. 아르헨티나 까지 와서 정체를 일으키다니 ㅎㅎ 암튼 나도 초보인지라 둘이 같이 모여있으면 위험하겠다고 판단이 되었는지 온갖 가이드들이 달려들어 와이프의 무사 완주를 위해 발벗고 도와줘서 감사할뿐.


중간에 빙하 물도 마셔보고 크래바스도 구경하고 멋진 전망도 감상하며 트래킹의 후반을 향해 걸어가던 중 마지막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위스키를 준단 말에 힘을 내기 시작.


와이프도 의도치 않게 정체구간을 만들면서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쳐서인지 좀 더 힘을 냈고. 혹시라도 하산길에 넘어지면 전체 다 위스키는 없단 말에 겁이 났을터인데도 불구, 조심조심 내려가더니 무사히 완주 성공. 


빙하 얼음으로 먹는 언더락의 맛은 잊을 수 없을 듯.


위스키를 마시던 중 처음부터 한국인 부부인가? 친구인가? 싶었던 한 커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알고보니 서로 다른 나라에서 유학중인 남매인데 누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1주일간 남미로 여행을 온거라고 했다. 남매가 함께 다니기 쉽지 않았을텐데 보기 좋았다. 여행에서는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좋다.


본인들이 비행기에서부터 아껴서 챙겨온 김치와 고추장. 참기름을 우리에게 하사하고 우리는 답례로 빵을 나눠드리며 여행 정보와 몇가지 팁을 전달. 고맙고 이쁜 남매들. 왠지 기억에 남을거 같다. 와이프는 간만에 보는 김치와 참기름에 감격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위스키와 함께 트래킹 여정을 마무리하고 산장으로 돌아가는 중 가이드 루이스는 와이프에게 잘했다며 하이파이브를 ㅎㅎ 엄청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왠지 모를 꽈광 소리에 돌아보니 운이 좋아야만 볼 수있다는 빙하 무너지는 걸 목격! 그것도 엄청 큰걸!! 자연의 거대함에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하찮은건지. 나란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건지 앞으로는 어떤 마인드로 살아야할지 그 찰나에 오만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이번 여행은 우릴 도와주는 신이 있으신가보다. 미국에서도 300달러 줍고 어제도 400페소 줍고 보기 힘들다는 빙붕도 보고...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 버스로 이동 후 이번에는 전망대로 이동.  이미 트래킹을 하고 와서인지 감흥은 덜 했지만 커다란 빙하를 한눈에 볼 수 있음은 좋았다. 짧은 영상을 녹화해서 가족들에게 보내주어야겠다.


전망대에서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인데... 사진 찍다보니 너무 시간이 지체. 빨리 돌아가자고 했더니 엘레베이터 타면 된다며 버팅기던 와이프. 결국 또 사고를.. 남들이 몰라서 하는건 아닐텐데 임산부, 장애인, 노약자만 타라고 되어있는데 굳이 그걸 타겠다며 버튼을 누르더니 결국 엘레베이터 보안 요원에게 혼나고... 암튼 평생 할 사과를 여기서 다하는 중. 진짜로 꼭 책을 써야겠다 다짐. 사고뭉치 와이프와 함께하는 배낭 여행 탈출기? 정복기? - 남미편


버스에서 다시 한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숙소로 복귀. 난 괜찮은데 와이프는 어제 다친 발 때문인지 진짜 힘들었나보다. 오자마자 씻기는 커녕 좋아하는 맥주도 못마시고 기절. 그래 좀 쉬거라. 하고 냅두고 A형님과 만날 시간 정하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좋은 분이고 이제 남미에서는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날이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사도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맥주 몇 잔 더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서 보자는 작별인사를 끝으로 우리도 취침!


특히나 와이프를 이뻐해주신 형님과 기념샷! 좋은 여행 하시고 한국에서 뵈요! 


실감나지 않는, 계속 자라나고 있다는 빙하와 빙붕


박팀장의 남미여행 꿀팁


1. 빙하트래킹 


엘 칼라파테의 최고 인기 어트랙션. 모레노 빙하 트래킹! 


이 트래킹은 두가지 타입으로 진행이 됩니다. 빅아이스와 미니아이스. 빅아이스는 약 7시간 정도 빙하 위를 걷는 트래킹 프로그램으로 성수기에만 운영을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시점에는 미니아이스 트래킹만 예약이 가능했어요. 이건 약 3시간 정도 걷습니다. 그리고 6월 이후부터는 미니아이스도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젠은 빙하 입구에서 착용시켜주니깐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얼음 위를 걷는 것은 아이젠을 착용했다고 해도 상당히 긴장되고 위험한 일입니다. 굉장히 미끄럽거든요. 그리고 빙하 곳곳에 산재해 있는 크레바스에 빠지게되면 구출하기 어렵습니다. 빙하 속 어디까지 빠졌는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속은 굉장히 깊다고 해요. 


떄문에 안전요원들이 앞장서서 얼음을 깨며 길을 내면서 트래킹을 안내하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은지 계속 체크를 합니다. 저는 원래도 빙판길 공포증이 있어서.. 본의아니게 저때문에 다른분들이 굉장히 정체되어 이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빙하 위를 다 걷고 내려오면 빙하에서 떼어낸 얼음을 담은 위스키 한잔을 줍니다. 이게 정말 짱입니다. ㅎㅎ 


그리고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빙붕. 가만히 빙하를 바라보고 있으면 천둥같은 굉음을 내면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나와 쏟아져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전에 빙하는 조용조용 울고있어요. 쿠쿵 하면서. 실제 빙붕이 일어날 때는 정말 천둥치는 듯한 굉음이 들려옵니다. 


이 빙하는 조금씩 호수쪽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빙하가 조금씩 이동하면서 생긴 크랙으로 인해 빙붕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온난화가 문제가 되기 전에는 빙붕을 보기가 참 힘들었다고 해요. 요즘에는 지구 온난화때문에 얼음이 자주 깨진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에겐 좋은 일이지만 지구 입장에선 슬픈일이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요한 엘 칼라파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