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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Aug 29. 2022

난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딩크 부부, 난임 부부가 되다 2편을 엮으면서 

'딩크 부부, 난임 부부가 되다'를 브런치 북으로 낸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물론 자체적으로 시험관 시술을 종료하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둘이 살고 있다. 


집요하게 아이에 대해서 물어대던 주위 사람들은 결혼 1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에 와서야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아이에 대해 묻지 않는다. 이젠 안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남편의 나이는 41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는 임신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새로운 글을 쓰지 않았는데 브런치 알림이 떠 있어서 들어가보면 신기하게도 난임 일기에 라이킷이 찍혀있거나, 난임부부 브런치북 또는 매거진 구독 알림인 경우들이 상당히 많았다. 


브런치북은 시험관 1차에 대한 이야기고, 매거진은 시험관 2차에 대한 이야기라 둘 다 읽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난임시술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 예정이거나 해서 내용을 검색하다 내 글을 찾아 보는 사람들 외에도 주위에 난임시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내 글을 찾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는 난임인지라, 시험관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나 가족의 마음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고 내 글을 정주행했다는 분들의 댓글을 보고 그 분들의 지인이 슬쩍 부러워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난임 시술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시험관 시술 과정이 너무 힘들고, 실패라는 결과에 대해 오롯이 감내해야 되는 그 시간들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브런치에 거의 토해내다시피 글을 썼었다. 그렇게라도 글을 '써대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글을 2년간 끊임없이 찾는 새로운 분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난임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내 글에 위안을 받은 많은 분들은 난임 시술에서 실패한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왜 더 시술을 하지 않냐며, 고작 두 번 해보고 더 이상 시술을 안하냐며, 마치 내가 끈기없는 인간인 것 처럼 이야기하는 의사선생님과 주위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은 적이 많았으니까. 


다들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될 때 까지 안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그런데 이렇게 시험관 시술을 '해대면' 내 몸과 건강과 일상은 포기해야 한다. 

호르몬을 대량으로 퍼부어대는데 몸이 남아날 리가 있을까? 

실제로도 시험관 시술을 하면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유방암과 난소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누가봐도 당연한 결과다. 다들 감내하거나 쉬쉬하고 있을 뿐. 카페에 떠도는 '시험관 시술을 하다가 암에 걸려 죽었다더라'는 이야기는 카더라가 아닐지도.


그리고 시험관 시술과 직장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역 차병원은 초음파실 대기 때문에라도 절대 일을 하면서 시술을 할 수가 없다. 종종 3시간도 기다려 봤으니까. 당시 일을 쉬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때려치웠을지도. 다른 병원들은 예약을 하면 그 시간에 진료를 볼 수는 있다고 하는데 내가 다닌 병원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난임병원이나 사람이 너무 붐빈다고 한다.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생리 2일차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그 이후에 계속 자궁 상태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병원에 드나들어야 한다. 시술 일정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때문에 시험관 시술은 직장을 다니면서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정도야 배려를 받아서 다닐 수 있다 한들 차수가 올라가면 갈 수록 직장과 시술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다. 


회사 입장에선 한두번은 배려를 해줄 수 있지만, 그 직원만 계속 병가를 쓰도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시술에 성공하면 임신 기간과 함께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줄줄이 따라올텐데 공무원이 아닌 이상 사기업에서는 그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도 이해는 간다. 




많은 난임 수기들이 '저희는 결국 예쁜 아이를 만났습니다'로 끝나면서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나 역시 난임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저 멘트로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사람들은 성공했으니까 기쁘게 그 과정을 글로 공유한 사람들이 많을테지만 여전히 난임 시술에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단지 실패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기록이 많지 않을 뿐. 그 많은 난임병원의 대기자들이 모두 성공한다면 난임 수기들이 이렇게 쏟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병원 가서 애가 뿅 생기면 이런 긴 글을 뭐하러 구구절절 쓰겠는가.  


그래서 더더욱 내 글을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싶었다. 

시험관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들이 끈기 없고 노력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고. 


그 어렵고 힘들다는 시험관 시술을 시도한 것 자체로도 큰 과정을 겪어낸 것이고 그 시도와 시간들은 소중한 것이다. 단순히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그 모든 시간을 덮어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임신, 출산, 육아는 정말 큰 일이고 각종 사건, 사고로 가득하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의 만삭 유산 이야기도 자주는 아니지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중 하나이다. 카페 사례들을 보면 막달에 아이를 사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으니까.(슬의생에도 해당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기형아의 출산 비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왜 이상한 변호사이겠는가. 자폐인이 그렇게 사회에 잘 녹아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의적 의미로 이상한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쓴 것이 아닐까? 


다들 주위에서 애 잘낳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으니 그런 일은 머나먼 남의 일 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게 내 일이 아니리란 보장도 없다. 




'남들은 다 그렇게 성공했다더라, 남들은 다 그렇게 잘 살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기 때문에 더욱 더 그에 대비되는 내 글을 찾아주시고 내 글을 통해 위로 받았다고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공감 댓글 덕분에 나 역시도 많은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 글이 이렇게 읽히고 여전히 이렇게 공감을 받는다고?' 하면서 놀랄 때도 많았고.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라는 이 이야기가 이제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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