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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l 06. 2020

굿바이 남미

아내의 일기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여긴 조식도 짱 맛있다 ㅋㅋ

크루즈 델 수르 사무실로 고고. 오 드디어 널 타보는구나... 게다가 2층 맨 앞자리! 

짐도 철저히 검사하고 탑승자 동영상 촬영까지...아 역시 이버스는 좋네... 밥도 주고 중간에 서지도 않고 디렉또임.


신나게 달리는 동안 푹 자고 일어나니 리마가 가까워온다. 날씨는 꾸물꾸물.

리마의 크루즈 델 수르 터미널은 진짜 으리으리하다. 왠일로 화장실에 변기 커버가 다 있네. 

 

약 2달간의 여행이 참.. 아쉬운 순간이다. 시간 더 들여서 놀았으면 더 좋았을것을. 돈도 좀 부족하기도 했고...


 

리마는 제대로 관광을 안해봤으니, 꽃청춘에 나온 그 전망대? 비슷한데 가보려고 택시를 탔다. 전망대 이름은 라르꼬마르이다. 매리어트 호텔 앞으로 쇼핑몰이 잘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바다가 쫙 펼쳐져 있다. 


쇼핑몰 구경해봤는데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 신랑은 레어템 나이키 운동화가 눈앞에 아른거린다며 징징...

사라니깐 왜 안사고 눈에만 아른거린대 -_-;;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마 바다


약간 라페스타같은 느낌의 쇼핑몰이랄까. 비싼 브랜드들이 다 입점해있고. 미국 느낌이 물씬 난다. 


밖으로 나오니깐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있다.설마 저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건 아니겠지...???

난 이런 위치에서는 패러하기 싫을거 같은데.. 꽤 많은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어서 나도 해볼까 싶어 가격보니 으허허허 비싸다. ㅋ


사랑의 공원으로 가려고 길따라 내려가는 길에 공원 안내인이 어디서 왔냐길래 꼬레아라고 하니깐 갑자기 주섬주섬 연습장을 꺼낸다.

사랑의 공원


이아저씨는 동양어를 공부하시는지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들을 영어로 문장을 적어놓고 그 나라 사람이 나타나면 그 영어 문장 밑에 한국 문장을 채워나가는식? 발음기호는 영어로 ㅋㅋ

우리도 몇 가지 문장을 완성해 드리고 무이비엔을 외치면서 왔다.

신랑 왈 저분은 공원관리인 하기는 아까운 인재라며..


사랑의 공원에 와서 유명한 동상 사진도 찍고, 그런데 리마는 날씨가 왜케 구린건지. 엄청나게 흐린데 비는 안온다.


골목길 들어가는데 어? 첫날 봐둔 씨푸드 레스토랑이 뿅 나타났다. 구경이나 해보자며 들어갔는데 한국어로 평도 좋고 스탭도 나이스하고.. 그래서 맥주와 세비체를 시켰다. 깔끔, 맛남.


세비체 넘나 맛있는 것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8시반, 비행기 수속은 2시간 뒤에나 한다고...헐.. 배낭도 무거운데 ㅜㅠ

정처없이 방황하다 2층에 가보자 해서 올라가니 완전 도때기 시장이다. 파파존스 피자는 줄이 끝도없고 맥도널드도 버글버글. 결국 신랑이 인파를 뚫고 치파 코너에 가서 세트를 사왔다. 중국집의 볶음밥도 언제나 옳다.


맛있게 먹고 발권하고, 면세점 가서 선물도 좀 사고 노닥거리다가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들어갔다.

아... 아쉽다. 리마.


오랜만에 델타 타는데 사람 정말 많고, 공항 안쪽 면세점은 솔과 달러가 헷갈리는 시점이라 그런지 눈튀어나올 가격을 받는다. 비행기는 또 연착된건지 30분을 늦게 입장시켜줬다. 이젠 여기서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하면 놀라자빠질 일이다. 


11시간 비행 아틀랜타, 3시간 비행 디트로이트, 13시간 비행 인천.... 지옥 비행 스케줄..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한 30시간은 공항과 비행기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으아아아아. 한국 가는 길이 정말 멀구나. 


하지만 이제 진짜 떠나네. 아쉽다.


남편의 일기 

이제 내일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꽤 긴 시간이었는데 돌아가려니 어제 놀러왔다가 서울 돌아가는 기분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터미널 도착. 오늘 처음으로 크루즈 델 수르를 탈 수 있다는 기쁨과 설레임도 있지만..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섞여 기분이 영 이상하다.


남미 최고 명품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2층 앞자리로. 생각보다 리마로 돌아가는 승객이 없어 꽤 조용하고 쾌적한 상태로.

2층버스 명당자리 맨 앞좌석

박블로거님이 말씀하시길.. 이 고급 버스회사 차도 강도 당한적이 있다고.. 그래서인지 승객 하나하나 체크하고 사진에 동영상 촬영까지.. 난 것도 모르고 손 흔들고 브이했더니 직원들이 빵터진다.


버스 캡틴 아저씨와도 인사를 나누고나니 출발..

앞으로 4시간 가야하는데 정말 편하긴 하다. 비행기라면 비즈니스석 이상은 되는가보다.

뻥 뚫린 창밖 풍경을 두다리 쭉 뻗은채 보고 있으니 슬슬 잠이 쏟아진다.


조금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창밖은 점점 흐려지더니 리마로 들어올때 쯤엔 비가 내린다. 남미여행 마지막 날이라 날씨가 더 흐려보인다. 기분이 이상하다. 

 

리마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와이프가 가보고 싶다는 라르꼬마르에 갔다. 여긴 그냥 흔한 쇼핑몰같다. 바닷가 전망이 보이는 고급 쇼핑몰?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나이키 매장에서 마음에 쏙 드는 레어템 운동화를 발견했지만 한화로 20만원이상 되는 가격에 그냥 짐도 많은데 한국가서 사자 하고는 나오는데 발걸음이 안떨어지네....



우리 마음 만큼이나 리마의 날씨도 참 흐리다.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지고. 이 와중에 절벽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이 한창이다. 박도전씨가 저거 하자고 하기 전에 얼른 데리고 가야될텐데.


부에에서 스카이다이빙 못했니 어쩌니 중얼거리는거 보니 할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절벽 높이 보더니 엄두는 안나나보다. 가격도 꽤 비싸다. 진짜 다행이다 ㅋㅋ 한국 돌아가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죽을 뻔 했네.


 

와이프는 햄버거 먹여놓은게 금방 배가 꺼졌는지 배고프다고 하고. 와이프는 배고프면 금방 박삐짐씨로 변하니깐 변신하기 전에 얼른 식당으로. 다행히 전에 봐둔 세비체 식당이 나타났다.

난 회는 그냥 날로 먹는게 제일인데 이 나라는 왜이리 초절임을 해주는지 모르겠다. 신맛은 질색인데.


그래도 와이프가 마지막 날이니깐 좋은 식당에서 세비체를 마지막으로 먹고 가야한다고 하니 군말없이 시킨다. 어차피 배낭여행 통장 관리도 오늘이 마지막이니깐 막 쓰자 써.


난 시원하게 맥주나 마셔야지....

 

토미가 선물로 달라고 해서 준 우리나라 동전과 카누커피


차 막힐까봐 일찍 부른 택시는 역시나 일찍 도착을 했고, 공항에 가는 동안 차가 막히기는 커녕 날아서 도착을 하는 바람에 공항 대기시간만 길어졌다.


오는길에 본 밤거리의 상가들은 다 창살로 입구를 꽁꽁 싸매고 책받침 만한 창구만 열어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아. 리마는 위험한 곳이랬지. 해도 졌겠다. 어찌됐든 저 삭막한 가게 풍경은 참 낯설다.


이제 장거리 비행만 남았네. 이틀 뒤면 한국에 도착하겠구나.

한국은 메르스 때문에 난리라고 해서 아까 페루 약국에서 마스크도 한박스 샀는데 풀어보니 영 모양이 공장에서 쓰는 마스크 같아서 사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짐을 부치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드디어 집에 간다.

정말 고생많았다. 우리.  


이제 진짜 떠난다. 바이바이 남미. 


박팀장의 남미여행 꿀팁


* 나스카라인 이야기 



저희는 동선이 맞지 않아서 방문하지 않았지만, 페루 리마에서 약 6시간 정도 가면 그 유명한 거대 미스테리 지상화, 나스카라인이 있습니다. 


나스카라인은 어제 다녀온 이카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사막에 새겨진 선사시대 지상화로 원숭이, 새, 거미, 우주인 등의 모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누가 그렸는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모두 알려진 바 없습니다. 


이곳은 20세기 대표 고고학적 발견으로 손꼽히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사막의 건조한 기후와 바람이 불지 않는 지형적 특성이 이 형상을 단단하게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상화를 보기 위해서는 경비행기를 탑승해야 합니다. 하나의 문양이 약 100미터에서 300미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너무 커서 하늘에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경비행기가 100% 구토를 유발하는 비행기입니다. 비행기가 작은데다 잘 보이지 않는 땅을 바라보고 있으면 멀미에 강한 사람이라도 토할 수 있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 + 멀미 취약체 저. 여행 출발 전에 만난 스페인어 선생님은 나스카라인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구글맵이라 하여 저희는 과감히 이곳은 포기했습니다. ㅎㅎ


지금도 이 형상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고대 문명에 관심있는 분들은 나스카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직접 지상화 모양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객들은 보통 리마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배낭여행객들이 리마 - 이카 - 나스카 - 쿠스코 를 버스로 연결해서 다니기도 해요. 그런데 이 구간 도로가 그렇게 험난해서 멀미 + 고산증 어택을 당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여행 일정에 나스카를 포함 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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