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인 글쓰기의 첫걸음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다. 시작 동기는 뭐였더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는 취업준비를 위한 포트폴리오 겸 기록용으로 시작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그냥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로 이용한다고 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쓴다. 나를 공개한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기록하고, 독서기록을 작성한다는 것이 왜 그렇게 큰일로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전히 큰일로 느껴진다.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니까. 진행하고 있는 일, 읽은 책을 공개하는 것은 참 큰일이다. 읽은 책에는 어마어마한 취향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어떻게 볼까? 하물며 그 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양의 생각도 함께 담기지 않는가. 게다가 이를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서포터스, 공모전 등 교내, 교외 활동을 기록하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진로가 명확하지 않아 일관되지 않게 이 활동, 저 활동을 다양하게 했는데 나중에 블로그를 본 면접관이 일관성이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등 별의별 걱정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의 개설을 미루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블로그를 작성하는 사람과 작성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보였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는 이들은 작성한 글을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사용했다. 이전의 기록을 찾아볼 수고도 덜었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뒤적거릴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억에서는 희미해졌을지 몰라도 블로그에는 고스란히 당시의 기억과 감정이 담겨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로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 이 진로 관련 활동을 하다가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분야의 활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머릿속에서는 면접관이 블로그를 통해 나의 모든 활동을 확인하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던졌다. 블로그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게 되는 동안 취업과 관련된 이모저모도 함께 얻으며 두려움만 더 커졌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블로그를 다른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있었다. ‘협찬‘을 받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지출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건 좀 솔깃했다. ‘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운영하는 것이라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블로그를 만드는 법, 쓰는 법을 찾아보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막상 쓰려니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주제는 확실했다. 맛집, 카페다. 해당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도 있고, 남들이 다 하는 매력적이지 않은 주제라 했다. 하지만 ‘경제’나 ‘수학‘ 같은 전문적이고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다루기보다 가볍게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애초에 블로그 운영목적이 협찬이지 않은가.
맛집, 카페를 협찬받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개설했다. 주제는 역시 맛집과 카페였다. 블로그 설명과 블로그 이름 등 ‘맛집‘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작성했다. 모든 초기 세팅을 마쳤으니 이제 포스팅 업로드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당시 푹 빠진 마라탕에 대해 작성했다. 동네 근처에 있는 마라탕집에서 밥을 먹고 메뉴판, 음식 사진 등을 촬영했다. 몇 장 사진과 함께 자주 가는 맛집이며 추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글자 크기는 기본으로 해야 할지, 왼쪽정렬, 양쪽정렬, 가운데정렬 중 어떤 것을 이용해야 하는지 등 기타 사소한 것들을 고민했지만 이러나저러나 써보는 것 자체만으로 첫 포스팅 성공의 기분을 만끽했다.
과연 이 글을 누가 보기는 하는 걸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보는 사람이 있었다. 블로그 통계에서 사람이 얼마나 와서 포스팅을 봤는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놀랍게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당 포스팅을 보았다. 블로그는 영향력이 크다더니, 과연 크구나. 이제 막 시작했고, 별 내용 없는 이 포스팅도 보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했다.
뭐든지 꾸준함이 중요하다 했다. 어떤 내용을 담아도 상관없으니 꾸준히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방문하는 사람이 생기고, 블로그 자체가 활성화가 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했다. 협찬을 목표로! 신세계를 경험할 때까지 해보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