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 전에 드세요.
음식은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다. 음식에 진심인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식은 음식에 정이 가지 않는 편이다. 국밥은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 하물며 파스타도 그렇다. 이제야 막 불판에서 벗어난 따끈따끈한 파스타가 맛있다. 물론 차갑게 먹으라고 나온 샐러드파스타도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각자의 온도가 있는 거다. 하물며 냉면이 가장 따끈따끈할 시기는 살얼음이 녹지 않은, 막 냉장고를 벗어났을 시기이다. 바로 앞에 음식이 놓였을 때가 가장 그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이다.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차갑고 따뜻한 온도가 함께 있는 음식은 그렇게. 아무튼 가장 맛있을 시기에 먹는 것이 좋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고 본다.
글에도 시기가 있다. 가장 잘 나올 시기가 있고, 가장 잘 읽힐 시기가 있다고 본다. 따끈따끈한 글을 쓰고, 따끈따끈한 피드백을 받을 때면 참 기분이 좋다. 어떤 생각으로 가득할 때에 그 내용을 글에 꾹꾹 눌러 담아내는 것은 개운하다.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르는 생각들이 하나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었다. 세상은 넓고 매체는 다양했으나, 어떤 글을 어떤 식으로 보여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여전히 이게 맞는 방식인지, 이 글이 올바르게 누군가에게 닿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우선은 내가 쓰는 맛을 알아가고, 누가 이 글을 보고, 어떤 피드백이 오는지를 기대하며 글을 쓴다. 그를 위해서는 내가 꾸준히 쓰는 게 제일 중요한데 이게 상당히 쉽지가 않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제일 모르겠다고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공모전에 나가는 것이다. 아무튼 주제가 정해지고 양식이 정해진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한동안 그러한 환경이 잘 갖추어진 곳에 있었다. 꾸준히 비평문을 작성하고 심사하는 대회가 열렸고, 글쓰기 특강이 열렸고, 에세이 공모전이 열렸다. 대회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참여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여기서 상 한 번을 못 탈까? 싶은 마음으로 참여했고, 그다음에는 조금 더 높은 상을 받을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 참가했다. 매일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대회에는 꾸준히 참여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학기에 최소 한 편의 글은 완성을 해내고 있었다.
한 학기에 한 편이면 일 년에 두 편의 글을 쓴 거다. 심지어 분량은 A4용지 한 장 분량이다. 많지 않은 양의 글을 고작 일 년에 두 편이라니. 어쩌면 글을 안 쓴 거라고 봐도 무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휘갈긴 글이 아니라 책을 읽고, 책의 내용에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한 번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도 완료한 나름 완성도가 있는 글이었다. 이 과정이 참 좋았다.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따끈따끈한 피드백을 받았다. 글이 흐름에서 벗어났다면 어느 부분에서 벗어났는지, 이 글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글을 조금 더 좋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따끈따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더욱 좋은 요소로 다가왔다고 본다. 단지 글을 쓰고 저장을 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데려온 추억을 창고 어딘가에 곱게 정리해 두는 것과 같다고 본다. 기왕이면 창고에 넣어두기보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과, 혹은 다녀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즐겁지 않던가. 맞다. 나는 그 행사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의 즐거움을 더 알게 된 것 같다.
막 떠오른 생각을 바로 적어내어 따끈따끈한 글을 발행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것저것 조물 거리면서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상당한 성취감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기왕이면 이를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즐거운 것 같다. 만드는 과정에서 냄새를 너무 많이 맡아서 사실 그 맛을 잘 모른다. 누군가가 먹고 빈 접시를 내밀며 맛있었다 말해줄 때가 가장 뿌듯할 때다. 글도 마찬가지다. 읽고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말하거나 공감이 간 부분을 말해줄 때가 가장 즐겁다. 기왕이면 식기 전에. 그러니까 나도 식기 전에 글 쓰러 가야겠다. 이 떠다니는 생각들이 온기를 잃고 가라앉기 전에. 온기 있는 흔적을 남길 누군가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