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음식점

차로 4시간

by 다해

10년이 넘게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음식점이 있다. 차로 3-4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이라 쉽게 가지는 못하지만 어디에서 그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다. 반찬으로 나오는 야채도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별다른 것 없이 그냥 위에 소스 몇 번 휘리릭 뿌린 게 다인데 너무 맛있다. 뭐냐 이 마성의 맛은.

얼마 전부터 할머니가 그 음식점 이야기를 했다. 안 먹은 지 오래되기는 했다. 나도 먹고 싶었다. 3-4개월 정도. 어쩌면 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인지라 운전자의 입장을 가장 먼저 들어보아야 한다. 마침 할머니 생신이기도 하고, 지금 매화가 예쁘게 필 시기이기도 하니 할머니 생신 축하할 겸 근방의 매화마을 구경할 겸 가기로 했다. 드디어 먹는구나.

일 년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매화꽃을 구경하러 갔다. 축제 일주일 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많았다.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매화마을은 넓고 마침 추운 날이었기에 가까운 정자까지만 걸으며 매화를 구경했다. 봉우리진 매화나무가 길을 따라 있었다.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예쁘게 핀 매화를 구경했다. 새벽 4시에 나왔지만 매화마을을 구경하고 음식점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대기가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대기는 없었다. 손님 중에는 방금 매화마을에서 봤던 분도 있었다. 아무래도 꽤 유명한 코스인 것 같다. 저 사람들은 이 음식점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방송에 나온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바로 옆에 TV에 나와서 유명해진 식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온 것이 참 신기했다.

평소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오늘은 남자 사장님만 보이고 여자 사장님은 안 보였다. 어디가 아프신 걸까. 오늘은 쉬시는 걸까.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면서 앞에서 앞에 있는 반찬을 집어먹었다. 고기가 절반 정도 구워졌을 때쯤 여자 사장님이 등장했다. 조금은 한산한 것 같았던 가게도 북적이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비어있는 반찬을 쓱 보고는 바로 주방에서 새 반찬을 내어 주셨다. 인원이 인원인지라 음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 틈이 생기지 않도록 테이블 위의 모든 음식들을 채워 넣어주셨다.

고기를 구우면서 비어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가져다주셨고, 옆 팀 반찬도 추가해 주셨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포스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유독 눈에 띈 이유는 뭘까. 음식에만 몰입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걸까? 손님은 계속 들어왔다. 여자 사장님은 힘든 내색 없이 고기를 굽고 주문을 주방에 전달하고 음식을 내어오고 계셨다.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어떤 사람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이면 그 사람이 고수라던데.

말주변이 없는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사장님과 이것저것 스몰토크를 잘하셨다. 그래서 이것저것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매장이 2층이라 어르신들이 올라오기 힘들어하셔서 1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생으로 고기를 내어오고 숯불 위에서 모두 익혔는데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초벌로 고기를 구워두고 숯불로 향을 입히는 정도로 바뀌었다는 것 등. 사소한데 흥미 있는 정보들을 여럿 알고 있어서인지 몇 년 동안 여기에 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명절마다 만나는 가족 같은 느낌이다. 아마 이런 느낌에 거리가 멀어도 단골이 생기는 게 아닐까.

어쩌면 단순히 맛이 있어서 차로 4시간을 달려오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장님과 맛있는 고기와 식사. 그리고 매번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나중에 또 생각나면 가족과 함께 또 방문할 거다. 차로 4시간가량 달려서.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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