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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Dec 05. 2018

아끼는 식당이 있나요?

수필 & 에세이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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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자주 가는 식당이 있습니다. 굽이치는 골목 사이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아오른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곳. 그곳은 어쩐지 시간마저 비켜가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게 어느 순간에 멈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녹이 슬어버린 간판, 나무계단에서 들리는 삐걱대는 소리, 세월의 덧개가 켜켜이 쌓인 물건들. 그 하많은 시간들을 가늠해 보니, 내 나이보다 오래됐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예스러움이 우리의 촉수를 자극해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주인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여느 식당에서는 불가능했을 반찬을 추가로 주문했기 때문이죠. 계란 프라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밥 위에 계란 프라이가 얹어지니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해주고도 모자라신 지 부족한 반찬이 없냐고 틈틈이 물어 오십니다.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대답할 수밖에요.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주는 친근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비롯되는 고유의 향이 있죠. 그것은 물리적으로 맡을 수 있는 향이 아닌 내면에서 풍기는 노스탤지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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