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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Dec 18. 2018

경계에 머물다

수필 & 에세이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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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계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삶과, 내가 원하는 삶. 그 사이 어디쯤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우유부단 혹은 줏대 없다고 할는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그 둘 사이에 서 있기를 자처합니다. 그것이 결코, 양 극단에 놓인 그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념일 테죠. 그러나 저의 내면에는 연소하지 못한 채 퇴색되어가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때문에 고난이 닥치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기도 하고, 풍요롭거나 여유가 생기면 탐욕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 보수와 진보, 이상과 현실, 질서와 무질서 따위의 이분법적인 삶의 형태. 그로 인해 야기되는 불협화음. 대화로도 모자라 서로의 목을 잡아끌며 싸움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 거짓을 덮기 위해 진실과 싸우는 사람들. 존재하는 것이든 존재하지 않는 것이든 닥치는 대로 등급을 매기고 가치를 부여하려는 악취미를 가진 사람들. 성공이 아니면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래서 저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지위나 명성이 아닙니다. 둘 사이의 접점, 그 경계에 서서 냉정하게 주위를 살필 수 있는 눈과, 평정심을 부여잡고 부조리에 대응할 수 있는 차가운 심장이 필요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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