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에세이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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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지금의 내 얼굴을 지긋이 들여다보면
거기엔 할머니의 사랑과 온정이 깃들어 있다.
그런 할머니에게도 용서되지 않는 일이
하나 있었다. 문지방을 밟는 일.
문지방을 밟을 때마다 할머니의 무서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건 손자에게라도 엄격해야 할
어찌할 수 없는 원칙, 또는 암묵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신념일 수도 있을 터...
나의 궁굼증은 날로 커져만 갔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문지방을 밟으면 집 안으로 들어오던 복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귀신이 들어 온다고 했다.
그때야 비로소 할머니의 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녀도 그럴 것이 어떤 사사로운 말일지라도
혹여나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어쩌면...
공공연하게 할머니들 사이에서 미신처럼
떠돌던 그 말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아무런 힘이 없던 할머니로서는 유일하게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안간힘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