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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Jul 18. 2019

불면

에세이 & 수필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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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진다. 고요한 방에 울려 퍼지는 초침 소리. 똑딱똑딱. 나를 불면으로 이끄는 어떤 생각 하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생각은 드넓은 심연의 지평 위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다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이내, 다시 또 불쑥 튀어나와 불면의 늪에 빠져들게 만든다. 


몸을 뒤척인다. 좋아하는 자세, 모로 눕는다. 몸은 편하지만 생각은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얀 양들을 떠올린다. 하나, 둘, 셋, 넷 셈을 더하며 흘려보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불면의 원인이 되는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다시 또 불면의 시작이다.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어도 생각은 차가워지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잡동사니들. 이 쓸데없는 생각들을 모두 집어넣어도 커지지 않는 베개. 느닷없이 불안이 엄습한다. 그 불안은 점점 커져 간다. 그리고 밤새 응고되어 통증으로 남는다. 그렇게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는 밤은 점점 밝아온다. 이것은 완벽한 밤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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