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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Apr 07. 2021

우산

수필 & 에세이 & 산문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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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갑작스럽게 봄비가 내리던 날, 지하철 벤치에서 주인 잃은 우산을 발견했네요. 방금까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을 법한 우산이 벤치에 슬며시 기대어 있더군요.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직 주인의 온기가 남아있을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심장도 뜨겁게 펄떡펄떡 뛰고 있었겠죠. 나의 상상은 제멋대로 부풀어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산만큼 모양이 안 바뀌는 물건이 있나 싶습니다. 고리처럼 생긴 투박한 손잡이와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듯한 아치 모양의 지붕. 어느 모로 보나 특별할 것 없이 단조롭기만 하죠. 색이나, 재질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고유의 모습만큼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가 안 되나 봅니다. 불가역적인 사물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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