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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Dec 06. 2021

일기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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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대파 한 단과 칼을 쥐고서는 차가운 바닥에 덥석 주저 앉았다. 그러고선 미리 준비해온 비닐봉지를 바닥에 반듯하게 펴고서는 그 위에 대파를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곧이어 오른손에는 서슬 퍼런 칼을 쥐고, 왼손에는 대파를 집어 파 끝을 댕강댕강 잘라내기 시작했다.


한평생 해왔을 그 일이 나는 마냥 불편해 보여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다리도 불편한데 그거 그냥 다듬어진 거 사면 안 돼? 마트 가면 다듬어진 거 많이 있을 텐데..."


엄마는 그 말이 영 거슬렸는지 파를 다듬다 말고, 들고 있던 식칼을 나에게 휘 휘 저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게 나 좋자고 하는 거냐? 다 너희들 좋은 거 먹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 해줘도 지랄이야. 잡놈들이..."


몇 해 전, 인공관절 수술한 다리가 성치 않으니 내 딴에는 가급적 앉아서 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기에 했던 말인데 되려 혼나고 말았다. 안 먹어도 될 욕을 먹은 거 같아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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