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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Dec 09. 2021

나비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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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날에 자라나는 식물이나 곤충들이 절로 그리워진다. 


볕 좋은 맑은 날, 아마도 막 여름이 시작되는 여름쯤이지 싶다. 한적한 도심 속 공원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에 시선이 머문다.


나비는 무언가를 탐하듯 가냘픈 날개로 제 몸을 이고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들은 담장을 넘기 위해, 덤불 속을 유유히 빠져나가기 위해 몇 번의 날갯짓을 했던가.


나비는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며 꽃들을 희롱한다. 그것도 모자라 꽃 속 깊이 감추어진 꿀을 갈취하는데, 용수철 같은 입을 곧게 펴고서는 꿀을 쏙쏙 빨아들여 자신의 배를 두둑이 채운다. 그렇게 누구의 허락도 없이 무전취식을 일삼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나비는 범행 혐의가 짙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건에 관하여 왈가왈부 떠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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