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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Jan 21. 2023

우리는 너무 빨리 알아버렸던 겁니다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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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휘영청 밝아 있네요. 검붉은 자국들이 달의 표면에 얼룩져 있습니다.


우리는 달의 한쪽만 볼 수 있는 기형으로 태어났습니다. 누구도 달의 반대편을 본 이가 없으니 의혹은 날로 증폭이 되고, 수수께끼는 영영 답을 찾지 못하는 미완으로 남을 테죠. 만약 달의 뒷면에 무엇이 있다면 그건 마땅히 갈릴레오의 눈이 흘기고간 가느다란 무늬 한 줌.


많은 이들의 소원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서류뭉치들이 달 표면의 움푹 파인 크레이터에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게다가 침묵은 어찌나 공고한지 어둠마저 어찌할 바를 몰라 저리도 서성이네요. 달 뒷면의 비밀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함구하기로 해요. 그 비밀은 묻지 않기로 합시다.


비밀이 누설된 지구는 비밀이 없어 더 이상 신비롭지 못하네요. 우리는 나뭇잎이 붉어진 이유를 너무 빨리 알아버렸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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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freepik 무료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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