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의 한쪽만 볼 수 있는 기형으로 태어났습니다. 누구도 달의 반대편을 본 이가 없으니 의혹은 날로 증폭이 되고, 수수께끼는 영영 답을 찾지 못하는 미완으로 남을 테죠. 만약 달의 뒷면에 무엇이 있다면 그건 마땅히 갈릴레오의 눈이 흘기고간 가느다란 무늬 한 줌.
많은 이들의 소원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서류뭉치들이 달 표면의 움푹 파인 크레이터에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게다가 침묵은 어찌나 공고한지 어둠마저 어찌할 바를 몰라 저리도 서성이네요. 달 뒷면의 비밀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함구하기로 해요. 그 비밀은 묻지 않기로 합시다.
비밀이 누설된 지구는 비밀이 없어 더 이상 신비롭지 못하네요. 우리는 나뭇잎이 붉어진 이유를 너무 빨리 알아버렸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