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책자금 전쟁, 승인율 90%의 비밀은 '이야기'
매년 1월이 되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버는 마비가 된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광클' 전쟁. 대한민국 사장님들의 절박한 새해맞이 풍경이다.
나는 국가공인 경영지도사이자, 심사위원석에 앉아 그 절박함이 담긴 서류들을 매일 마주하는 사람이다.
평가장에 들어가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업을 만난다. 개중에는 정말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기술도 좋고, 대표님의 열정도 훌륭한데, 서류 한 장의 차이로 '탈락' 도장을 찍어야 할 때다. 반면, 객관적인 지표는 조금 부족해도 심사위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며 기어이 자금을 따내는 기업도 있다.
지금은 2025년 11월.
이제 곧 다가올 2026년의 자금 전쟁을 앞두고, 심사위원의 관점에서 '돈을 부르는 기업의 비밀'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탈락하는 사업계획서에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다. 바로 '읍소'다.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운영비가 바닥났습니다. 이번만 도와주시면..."
안타깝지만, 정부의 정책자금은 '구호단체'의 기부금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자금의 본질은 '투자'다. 심사위원은 "이 회사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돈을 주면 이 회사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고용을 더 많이 할 수 있는가?"를 본다.
즉, 관점을 바꿔야 한다.
"힘드니까 도와달라"는 읍소가 아니라, "당신들이 나에게 1억을 투자하면, 나는 1년 뒤 3억의 매출 증가와 2명의 고용 창출로 보답하겠다"는 '제안'이 되어야 한다.
승인율 90%를 달성하는 내 클라이언트들의 서류는 이 '프레임'부터가 다르다.
2025년 연말인 지금, 2026년 예산안의 흐름을 읽어보면 키워드는 명확하다. '생존'에서 '성장(Scale-up)'으로의 이동이다.
단순히 숨만 붙어있게 하는 연명 치료식 자금은 줄어들 것이다. 대신 기술력은 있는데 자본이 말라있는 곳, 내수 시장을 넘어 수출을 노리는 곳에 예산이 집중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장님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업계획서? 아니다.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 바로 2025년의 성적표, '재무제표'의 마무리다.
많은 대표님들이 1월 공고가 뜨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서류를 쓴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당신이 쓴 화려한 계획서 이면에 있는 '2025년 확정 재무제표'를 먼저 깐깐하게 본다.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했는가?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보다 과도하게 높지는 않은가?
가수금이나 가지급금 같은 불건전한 계정이 있는가?
12월이 지나 결산이 확정되면, 이 숫자는 신의 영역이 된다. 누구도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늘 11월인 지금, '가결산'을 먼저 해보시라고 권한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오답 노트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손으로 나를 찾아왔던 A사 대표님이 생각난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낙담해 계시던 분이었다. 서류를 보니 단 5줄. "기계 사야 함. 3억 필요."
우리는 함께 앉아 그 5줄을 25페이지의 '성장 스토리'로 바꿨다.
단순히 기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이 기계가 들어오면 불량률이 0.1%로 줄어들고, 그러면 대기업 B사에 납품이 가능해지며,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40% 늘어난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했다. 견적서와 구매의향서는 그 이야기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4년 초, 그는 원하던 3억 원을 모두 승인받았다.
경영지도사로서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정책자금 승인은 '운'이 아니라 '준비된 필연'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연말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 차분히 2025년을 결산하고 2026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대표님들이 있다. 자금은 바로 그런 분들에게 흘러간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본은 준비된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2026년, 당신의 회사는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회사'인가, 아니면 '투자를 제안하는 매력적인 회사'인가?
그 답은 지금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11월 가결산서에 있다.
글. 원탑경영컨설팅
(주)원탑경영컨설팅 대표이사, 경영지도사. <중소기업경영솔루션> 저자.
중소벤처진흥공단 예비위원 및 각종 정부기관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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