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찾아온
오늘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썰매를 탔다. 동네 잡화점에서 사 온 작은 눈썰매를 보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엄마, 이게 뭐야?” “여기 앉아봐. 엄마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을 보며 다시 한번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을 한다.
작은 눈썰매에 아이를 앉히고 분홍색 끈으로 썰매를 끈다. 아이의 얼굴을 본다. 처음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다가 순간 옅은 미소가 스친다.
처음 타보는 눈썰매에 흰둥이처럼 뛰어놀거라 예상했지만 아이는 겨울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아이는 장갑 낀 손으로 눈을 어루만진다. 눈으로 작은 공을 만들어 눈싸움을 걸어보지만 아이는 그저 작은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눈을 감싸고
신기한 듯 쳐다본다. ‘겨울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구나.’
엄마 눈사람, 아빠 눈사람, 아이 눈사람, 할머니 눈사람, 할아버지 눈사람, 삼촌 1 눈사람, 삼촌 2 눈사람을 만들고 나서야 흐뭇해한다.
아이에게 ‘가족’이 자리 잡았다.
오늘이 아이의 20년 후 어느 겨울에 불현듯 찾아가 주길. 그날에 그곳에 있던 눈빛과 함께한 엄마와 눈사람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너의 몸 어딘가에 감각으로 남아주길.
그래서 오늘이 그날의 널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