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맘혜랑 Aug 20. 2024

숲이 효를 말한다

변화하는 가치


덥다. 너무도 덥다.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더위가

내 맘에도 내리쬐고 있다.

나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에어컨이 내뿜는 찬기 속에서 이른 봄의 생강나무를 추억한다.

노년을 향해 달려가는 내 시간이

내게 다가올 그 노년과

노년을 살아가는 시부모님을 생각하며

생사를 오가는 부모를 위해 산비탈에서 생강나무를 찾던 효녀이야기를 소환한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서둘러 꽃을 피우던 생강나무

그 이름조차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생강나무'. 나는 그 나무를 떠올리며, 마음이 시원했던 그 시간 속으로 가고 있다. 익숙한 그 꽃, 산수유와 같은 시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그 꽃. 그 자잘한 노란 꽃들은 산수유와 비슷하게 생겨, 많은 사람들이 종종 이 둘을 혼동한다. 나도 지금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갱년기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한 아낙과 과거의 순하고 착한 며느리

하나의 몸, 두 개의 정신이 되어 격동기를 겪고 있다.


나는 지금, 나에게 효에 대해 묻는다.

숲해설을 하며  알게 된, 이 나무,

시리도록 따듯한 그 전설로 나를 돌아본다.


숲과 나무는 우리 삶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오리처럼, 숲은 감춰진 이야기들을 하나씩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이 이야기들은 단순한 자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 삶의 본질을 담고 있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생강나무와 효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설화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의 상실에 대한 경고다. "갱년기의 나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지금의 내 모습에 경종을 울리며 사회적 가치를

다시 되짚어 본다.


전통적으로, 효녀들의 이야기에 담긴 뜻을 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던 선조들의 철학

숲과 나무는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자애로운 존재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

참으로 지혜롭다.

모든 것을 그대로 전승할 수는 없지만

그 기본 틀만큼은 그 본질만큼은 고스란히 전승받고 싶다

선조들의 깊은 의도


산과 들에 다양한 약초와 그에 얽힌 전설

피톤치드 되어 코로 맘으로 들어온다. 

이 전설들은 약초의 효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부모를 향한 자식의 깊은 공경과 사랑을 표현한다. 특히 생강나무와 효녀의 이야기는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던  사회에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깊은 교훈을 전한다. 

나는 현재 그 가치를 잘 이어받아 잘 따르고 있는가?


그러나 오늘날, 인간 생명의 존중과 노부모 공양과 부모공경에 대한 생각은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효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러한 시대적 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란 효녀들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봉양을 숲의 나무처럼 깊이 뿌리내렸고, 그 사랑은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효도와 인간의 존엄성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와 존엄성의 부재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를 직접 돌보는 전통적인 효도의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치매병원과 같은 전문 시설이 등장하면서, 자녀들은 부모를 이러한 기관에 맡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급변하는 시대의 삶의 환경이 다양해짐에 따라 그에 걸맞게 바뀌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부모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가정 내 봉양과는 다른 방식의 효도이다. 자녀들이 더 이상 부모의 마지막 순간까지 직접 돌보지 않고, 전문 기관에 맡기게 된 것은 가족의 형태와 효도의 방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편의를 위한 선택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그녀들의 이야기.  부모를 공경하고 도를 다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돌봄과 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엄과 행복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이 바로 효도의 본질이며, 생강나무 이야기는 그러한 마음을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현대판 효도는 과거와 다른 모습일 수 있지만, 그 핵심 가치는 변함없이 우리의 삶 속에서 소중히 여겨져야 할 덕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나를 돌아볼 것이다.


초기 치매증상을 겪고 계시는 어머니.

과거에 빠져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시는 어머니

40년째 변치 않는 똑같은 말을 하시는 어머니

지금 나는 갱년기를 겪는 있는 며느리

괴롭다. 이 혼란이 괴롭다.

조울증 같은 이 혼란을 누구라도 겪을 법한 이 혼란

나에게는, 나로서 어찌하기 힘이 든 이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조가 전하는 그 뜻

나의 맘을 자꾸 두드린다.


숲과 나무에 담긴 효녀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전통적인 가치의 전승을 넘어,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감계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의 선의 부재와 존엄성의 부재를 경계하며, 부모를 섬기는 도리와 부모를 존중하라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해야 한다고 내게 말한다. 마치 생강나무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스며들듯, 효도의 본질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유가 일상 속에서 깊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연로하셔서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보필해야 함을 스스로에게 이른다.

이전 08화 숲에서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