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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Sep 03. 2024

꽃이 지는 자리

덩굴장미 피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마음 저 끝자락부터 파문 일으키는 일,  

그 떨림이 잠잠해질 때까지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이 땅에 뿌리내리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일,  

5월 한 날 검붉은 덩굴장미 피우지 못하더라도

겨우내 밀어 올린 꽃봉오리 찬미하는 일이길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나와 너 사이 경계를 허물고,  

우리라는 새로운 길 함께 걷는 일이

우리가 되어 흐르는 시간 속

영원히 변치 않을 흔적 남기는 일이


사랑의 길이 멈추더라도,  

흔적 아프지 않게 껴안기를,  

한 뼘 자란 가지 성장을 믿어주


사랑을 위해 기울였던 모든 마음, 그 시간

소중한 선물로 남기를






9월 어느 한 날 덩굴장미가



9월 어느 한 날 덩굴장미꽃 핀 어느 날

한 날 한 때 피지 않는 꽃

5월부터 덩굴장미 그렇게 우리 집을 태웠지


힘차게 울타리를 솟아오르며 불타오르더니

부드러운 벨벳 되어 나를 홀렸지

넌 마치 검붉은 치마 입은 체리 같았고

나의 눈은 너에게 잡히고 말았어

 

그렇게 날 유혹하던 네가

내리쬐는 햇살에, 몰아치는 폭우에

후두둑 후두둑 하나 둘 자취를 감추더니

창밖에 있던 네가, 나를 떠났던 네가


웬걸 또다시 한 송이 또 한 송이 그렇게 서너 송이

덤성덤성 한 송이씩 내게 손 짓을 하네

한 날 한 시에 다 피지 않는 꽃처럼

어느 한 날, 또 피어

너도 그렇게 피어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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