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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Aug 13. 2024

숲에서 배운다

강아지풀이 알려주는 생존의 법칙


매주 수요일, 

나와 아이들을 태운 스쿨버스는 청명산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조잘거림이 좋았던 그때,

그 짧은 10분이 행복했던 그때, 

나는 그들과 함께 자연과 교감하는 즐거움에 폭 빠져 살았다. 우리는 매 순간,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강아지풀도 그중 하나다. 

우리에게 특별한 친구가 되었다. 

길가에 흔히 보이는 그 풀을 보자마자, 

강아지의 꼬리를 떠올리며 손에 들고 흔들었다. 

이 작은 풀이 아이들의 손에서 흔들리며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보일 때, 

자연과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천재였다. 

풀을 친구로 만들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강이지풀, 

 가다 흔히 만나는  그 풀, 

생활에 밀접한 곳,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그 풀 

아이들과 만나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았다."강아지야!"


숲이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순간이었다.

강아지풀이 곤충으로 변신했고 그리고 곤충의 한살이를 알아갔고,

강아지풀이 할아버지의 수염으로 변하는 순간 가족관계 계보도를 알아갔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강아지풀은 곧 단순한 놀이 도구를 넘어,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여러 가지로 변신했다. 곤충으로 할아버지의 수염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이처럼 강아지풀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친숙해질 수 있는 통로가 되었고, 교사였던 나에게는 아이들과 자연과의 소통을 몸으로 느끼며 자연이 함께일 때 뿜어내는 활동성을 통해 아이들의 저변에 깔린 숲과의 연결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작고 흔한 풀이 단순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놀라운 생존 전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강아지풀에 대해 더욱 깊은 애정과 경외심을 느꼈다. 강아지풀은 C4 광합성이라는 고도로 발달된 메커니즘을 통해 살아남는다. 이 방식은 특히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인 식물들이 사용하는 C3 광합성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강아지풀은 높은 온도에서도 이산화탄소 손실을 최소화하며, 물을 적게 쓰고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아이들과 숲에서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강이지풀을 쥐고 흔들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던  강아지풀의 그 촉감이 이제는 성인이 된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지금도 자연과의 교감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저 이름 모를 풀로만 보였던 이 풀이, 

밟히고 뽑히며 온몸이 통째로 잘려도 끈질기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 작은 풀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수화물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속에 담긴 생명의 힘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동안 이 풀을 그저 잡초로 여겼던 사실이 미안해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작은 몸 안에 담긴 대단한 생태적 전략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강아지풀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누구나 살아가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먹고사는 일이 삶의 본질이라면 나도, 

강아지풀도 생존을 위해 각자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때로는 산소를 얻기 위해 숲을 헤매는 무지렁이 인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사람의 인간으로서 효용가치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성숙하고 성장하며 세상에 알맞은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강아지풀도 마찬가지로, 'C4 광합성'이라는 효율적인 광합성 방식을 통해 세상과 함께 살아간다.  C4 광합성 시스템은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강력한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비밀 병기와 같다. 일반적인 식물들이 사용하는 C3 광합성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강아지풀은 더욱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독특한 생존전략이다. 참으로 지혜로운 식물이다. 



이러한 강아지풀의 생존 전략은 인간의 생존 방식과 닮아 있다. 인간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추위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짓고, 불을 피우며, 더운 날에는 그늘을 찾아 더위를 피한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진화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재창조해왔다. 마찬가지로 강아지풀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춰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 왔으며, 그 결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생존의 지혜는 인간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자연은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강아지풀이 가르쳐주는 것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로서 생존하는 법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응을 잘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이 진리는 강아지풀의 생존 전략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변화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번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존의 비결인 것이다. 강아지풀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우리도 그 안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자연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강아지풀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 속에서 변화와 적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스승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배워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열두 달 자연놀이/붉나무(글. 그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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