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맘혜랑 Sep 26. 2024

자영업의 아이러니

일과 삶의 조화

자영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세상이 세 번 바뀔 정도의 긴 시간이고, 그 과정에서 천지가 개벽하는 일들도 많이 겪었다. 처음 자영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그저 나만의 사업을 펼쳐 나간다는 설렘과 부푼 꿈이 가득했다. 자유롭게 일정을 조정하고, 내가 쏟는 노력만큼 수익이 따른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대단했.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영업의 진정한 무게가 자유보다는 책임에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정의 행복, 가족, 세 아이들의 미래까지 모두 나의 작은 사업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었.


많은 자영업자가 겪듯이, 역시 가족과 일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사업이 잘되면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걱정과 고민이 가족과의 시간을 잠식했다. 그렇게 일이 점점 더 삶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 식사 시간을 빼먹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나들이를 가야 하는데 가게 일에 치여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남편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 특히 외식업을 운영할 때는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종종거리며 다녔다. 참 많이 고달팠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바로 가족인데, 그 가족과의 관계는 왜 점점 소홀해지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때가 2017년경이었. 만약 지금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그동안 쏟아온 모든 노력들이 결국 허망하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우선, 나는 업무 시간을 재정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영업이라고 해서 무작정 일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였다. 이전에는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 맞추려 했지만, 이업무 시간과 가족 시간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내가 없어도 가게가 잘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은 엄격히 지키고, 저녁 시간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보냈다.


또한 가족을 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남편과 상의하고, 아이들에게도 작은 역할을 맡겼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음료 제조와 제빵을 배워 바리스타와 제빵사로 활약했고, 남편은 가끔 가게에 나와 제빵기를 돌리며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처음에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족 간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졌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고, 남편 역시 가게 운영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의 입장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었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수도없이 많이 고민했다. '일'은 생계를 책임지지만, '삶'은 가 왜 일하는지를 말해다. 나의 경우, 일이 때로는 가족보다 우선시될 때도 있었지만, 결코 일이 가족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랜 딜레마와 같은 질문이지만, 결국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사업의 성공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다.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이 자영업자로서의 진정한 성공임을 알게됐다.


일과 삶의 균형은 자영업자에게 특히 어려운 과제다. 한때는 도 고객의 요구에 매몰되어 매장 운영에만 집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운 이들과의 시간다. 그 시간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그 성공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족은 나에게 힘을 주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되는 존재이기 때문다.


돌이켜보면,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겼던 지난 몇 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사업의 성공만을 추구하지 않다. 가족과의 시간, 그리고 나의 성장을 우선으로 삼고, 그다음에 일이 따라오도록 다. 그렇게 일과 삶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 진정한 자영업자의 길, 그리고 나의 길이라고 믿다.




자영업에서 느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자유와 책임의 이중성다. 자영업자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자유는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동반다. 장자크 루소는 “진정한 자유는 책임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사업에서 자유를 얻었지만, 가족과의 삶에서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순간 그 자유는 무의미해졌다. 스스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정과 가족이라는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또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강조한 '자기 성찰과 평정'의 중요성도 되새다. 결국,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내가 스스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나의 평온을 찾아야 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