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을 아는가? 한 순간 찰나를 불태우기 위해 이른 아침을 깨우는 나팔꽃의 부지런함을 기억하는가?
나는 요즘 순간을 수집하기 위해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 일 수인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간들의 모임이 모여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집을 짓고 있음을 이제야 알아챘다.
종종 일상 속에서 순간들을 간과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이 찰나의 경험들이 쌓여 내 인생이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은 그 자체로 소중한데, 이러한 잊고 지나온찰나들이 쌓여 기억을 형성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 편의 음악이 음표로 구성되듯, 내 삶도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조화로 존재하게 된다.
어릴 적 시골 학교에서 보낸 여름방학의 순간들이 바로 그런 조각들이었다. 그 시절, 방학이면 식물채집이 숙제였다. 집 근처 담벼락에흐드러지게 피는 나팔꽃을 채집하려고 하면 내 맘을 눈치챘는지 꽃은 이미 져 채집을 할 수가 없다.시간을 맞추지 못해 숙제를 제때 못해 속상했던울먹였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피어올라 따스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나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는데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짧았고, 오후가 되면 금세 시들어버리곤 했다. 나팔꽃의 덧없는 생애는 삶의 무상함을 상기시켜 주었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임을 이제는 알아챘다.
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가을철에 많이 출하되는 감과 사과를 비롯하여 한 주 동안 냉장고를 채워 줄 야채들도 그득그득 담아 올 수 있다. 그 시장의 한 구석 문구점에서내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나팔을 발견했고 문득 아침에 눈을 뜨면 집 담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나팔꽃을 떠올렸다.
그 순간,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나의 감정은 한층 더 깊어져 그 당시 나팔을 불며 뛰어다니던 동네 골목골목이 재생되었다. 뭐가 그리 즐겁고 좋았던지 그때의 순수함이란 무엇으로 색칠해도 모두 채색되었을 백지였으니 말이다. 내게 나팔꽃과 나팔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일 뿐 아니라, 지금도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여름의 햇살 아래서 나팔꽃을 바라보며 나는 그조그맣고 작은 꽃에게서 삶의 진리를 배웠다. 순간의 아름다움이 쌓여 기억을 이루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나팔꽃의 생명력은 내게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나팔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인생의 소중한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이루는 것임을 알려주는 상징이 되었다.
찰리의 소중함은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하루에 수천 번 오르내리는 감정의 파도를 느끼는 순간도 있다. 그날은 '그녀를 만나기 전 100m 전'을 흥얼거렸다.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느꼈다. 먼 길을 4시간 달려 우주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운전대를 잡은 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즐거운 떨림을 전달했다. 이 순간은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이루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의 찰나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내 인생의 길흉화복이 정해진다는 것을. 그 흥분과 기쁨은 그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나팔꽃의 짧은 생명은 마치 나의 청춘을 반추하게 한다. 젊은 날의 순간들, 친구들과 생성한 돌이킬 수 없는 그 소중한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덧없이 지나갔는데, 나는 이제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아마도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나팔꽃이 아침에 피어나는 순간의 기쁨은 친구들과의 웃음소리와 함께 내게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저녁이 오면 꽃이 시들듯, 청춘의 순간들도 서서히 잊혀 간다. 이처럼, 우리는 덧없는 사랑을 느끼며 살고, 그 속에서 찰나의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
나팔꽃은나팔의 형태를 하며소리와 울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팔은 소리로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삑삑 나팔을 불며 경고와 경의를 표하며 방방곡곡을 뛰었던 순간의 추억이다. 나팔꽃의 존재도 비슷하게, 나의 삶 속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소리 내어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어린 시절, 나팔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침을 맞이했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뽀송뽀송함을안겨주었다. 이처럼, 나팔꽃과 나팔은 서로 닮아 있는 듯하지만, 나의 일상 속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도 나팔꽃을 바라보며 그 꽃이 상징하는 덧없는 사랑과 순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지나가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각해 본다. 나팔꽃이 다시 피어날 여름이 오면, 나는 그 속에서 나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나날 속에서도 소중한 찰나들을 놓치지 않도록 살아가고 싶다. 나팔꽃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인생의 순간은 덧없지만 소중한 것임을 마음 깊이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