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칼럼에서 "노인은 벼슬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말이다. 시대의 변화와 나의 모습을 동시에 목격하며 씁쓸한 맘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과연 그 위치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주는 자격일까, 아니면 스스로 성취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험한 세상을 살아 낸 자들에게 세상이 채운 완장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노인의 개념과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노인은 가르침과 지혜의 상징이었고, 가족과 사회의 중심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 유교적 가치가 지배적이던 시대에는 노인이 가정의 어른이자 후손을 이끄는 존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이제 노년층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나 한쪽 구석에 자리한 여백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 장수 시대의 오늘날, 노인은 여전히 건강하고 풍부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노인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과거처럼 단지 연륜과 지혜를 전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젊은 세대와 협력하며 소통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 구조 속에서 노인은 젊은 세대와 나란히 가치를 창출하고 공존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노인은 그저 퇴장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노년이란 인생의 후반부를 새롭게 설계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 가는 시기다. 그들은 무대에 올라 새 배역을 맡는 배우처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존재다.
오늘날의 노년은 단지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건강한 신체와 성숙한 정신으로 새로운 사회 속에서 유연하게 자신을 재조정해 나가며,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년의 모습은 단순히 젊은 세대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여정이다. 오늘의 노인이 젊은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지혜만이 아니다. 그들은 변화의 흐름에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해 얻은 통찰과 현실적인 가치를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노년이란 과거의 모든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반추하며, 여전히 삶을 변화시키고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나의 노년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넘어, 사회 속에서 나의 노년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한다. 장수 사회를 살아가며 ‘건강한 노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졌는데. 과거의 노년이 자식에게 기대어 조용히 살아가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 삶을 가꾸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더 이상 노인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남고자 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고립되지 않고 사회에 속해 있을 수 있도록, 스스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역할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을 통해 젊은 세대와 연대하고 소통하는 노년의 모습을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