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의 관계 맺음, 부모의 작은 소망

마라톤 경기와 같은 삶 (100-28)

by 너라서러키 혜랑

우리 삶 속에는 오래된 미풍양속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설과 추석, 친지들의 결혼식처럼 해마다 찾아오는 크고 작은 행사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의례를 넘어, 우리 아이들에게 관계를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되어주고 있음을 깨닫는다. 함께 모이고, 부대끼고, 나누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배우고, 관계의 폭을 넓혀간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의 세대가 옳다고 여겼던 전통들은 점차 축소되고 간소화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안타까운 일이라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변화 속에서 희망을 본다. 축소된 전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손에 의해 또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은 틀이 아니라 씨앗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세대에서 그 씨앗이 어떻게 꽃필지는 그들의 몫이다.


부모로서 내가 품고 있는 작은 소망이 있다면, 형제와 자매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상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점점 더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SNS와 같은 현대의 도구들은 오히려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라 해도, 기술을 통해 서로의 삶에 스며들며 더 친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혼자 걸어가는 인생도 가능하지만, 함께 걸을 때 삶의 길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서로 어깨를 기대며, 나눌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이다. 마라톤을 완주할 때 한 잔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듯, 형제자매라는 존재는 그렇게 서로의 삶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부모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삶의 정답을 알려주는 교사가 아니다. 대신 우리 자신이 삶의 본보기가 되어,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관계의 소중함을 행동으로 보이고, 어려운 시절에 함께 나누는 삶이 얼마나 귀한지 몸소 실천하는 것. 그런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의 관계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랑과 연대, 그리고 함께 나아가려는 마음이 자리하길 바란다. 그것이 부모로서 내가 품은 작은 소망이며, 우리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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