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묻는다. 살면서 손에 쥔 물건들은 잠시의 기쁨과 필요를 채웠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또 쌓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어느새 집안 곳곳이 물건으로 가득 차 숨이 턱 막힌다. 벽은 점점 좁아지고, 방 안에는 알 수 없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문득 상상해 본다. 물건을 비워낸 집 안의 모습. 빈 공간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공기, 발걸음마다 가벼운 여백. 욕심을 버리고 여백을 채운 삶은 어떤 빛깔일까?
마트에 갈 때마다 손은 자동으로 물건을 집는다. 카트는 끝없이 집어삼키는 하마처럼 점점 무거워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물건들은 또다시 쌓인다. 평생을 반복한 습관이었다. 그러다 보니 쌓인 물건들은 마치 나의 욕망의 잔해 같았다.
어머니가 떠나신 후, 그 많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던 날이 떠올랐다. 물건들은 말이 없었다. 한때 소중했던 그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의미를 잃고 단지 버려질 운명으로 남았다. “이 많은 것들이 결국엔 사라질 것들이었구나.”
며칠 전 이사를 하며 다시 그날을 떠올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짐들. 방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봉지들. “도대체 이 모든 물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물건은 내가 필요해서 산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것들은 나의 집을 가득 채우며 나를 잠식했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말. 이제는 그런 욕심에서 벗어나야 할 때임을 안다. 하지만 반짝이는 광고와 쇼핑 플랫폼 앞에서는 여전히 무기력하다. 손가락은 클릭하고, 장바구니는 찬다.
그러나 깨닫는다. 물건은 나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비워낸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진정한 여백은 물건이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남겨두는 공간에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 비워가자. 그것이 내 삶을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