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며 나는 나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내 그림 속에는 내가 매일 읽는 책 속 구절들이 살포시 스며들고 있음을 본다. 자기계발서를 포함해 시집, 에세이집, 그리고 주변 작가들이 쓴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내게로 와 또아리를 틀며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책이 내게 전하는 것은 단지 한 줄의 텍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신이고, 인생이며, 경험이다. 나는 이러한 텍스트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다양한 작가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며 살아간다. 책 속에서 나는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내 삶 속으로 가져와 재창조하는 또 다른 창작자가 된다.
릴케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무서우리만치 고독하여 서로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짧은 문장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 인간의 고독과 홀로 살아가는 한 생이 이 시구에 녹아들어 있다. 책도 그렇다. 글을 쓴 작가와 그것을 읽는 독자는 고독을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한다. 작가는 고독 속에서 글을 쓰고, 독자는 고독 속에서 그 글을 읽으며 서로의 세계를 채운다.
책 속에 숨어 있는 문장들은 마치 오래된 벗처럼 내게 다가온다. 박완서 선생님의 문체가 내 안에서 속삭인다. 그의 문장처럼 담백하면서도 삶의 깊이를 담은 표현은 내 글쓰기에 새로운 색을 입혀 준다. "결핍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책이 내 결핍을 채우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나의 노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책과 함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은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여정이다. 책은 나를 끊임없이 변화하게 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는 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