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라는 언덕에 서 보니, 내 손은 참 많은 일을 했다. 내 나이 여섯 살, 목초를 하기 위해 비료포대를 든 고사리 같았던 손. 인생의 첫 삽에서부터 지금의 분양상담 마케팅 나무 한 그루까지.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내 삶을 이끌어왔다.
내 삶은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의 반복이었다. 매일을 그릇처럼 여기고, 그 안을 다양한 책들과 주변 경험자들의 강연으로 알곡을 채우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빈틈없이 채운다고 해서 완벽했던 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꽉 채운 시간 속에 콕콕 뚫린 구멍들, 그 사이로 삐이이 삐이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핑글핑글 도는 풍선. 쭈글쭈글 해진 그 모습조차도 내 삶의 한 순간이기에 그저 어지러웠던 순간도 온전히 받아들인다.
나무를 심고 돌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내의 철학이 되었다. 물과 양분으로 돌봐 왔던 그 시간들이 오늘임을 사람도 나무와 같이 서로 어울렁 더울렁 살아야 함을 알려주었다. 아기가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으로는 크지 못하고, 기저귀를 채우고 이유식을 먹이고 가슴으로 품에 안는 돌봄과 사랑 속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간다.
한 겨울 먹을 김장을 하며 집안 온기를 데운 오늘, 내가 심고 돌본 나무들이 내 뒤에서 뿌리를 내릴 것을 믿는다. 아들의 "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라는 말이 흐뭇하다.